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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Jan 15. 2021

청소와 집안일은 템빨

아이템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삼신가전. 세개의 신이 내린 가전이란 뜻이다.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를 지칭한다. 이 친구들은 한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청소계의 혁명템들이다. 건조기는 몇년 전에 로봇 청소기는 작년에 구입해서 소울 메이트처럼 이름 붙여가며 잘 쓰는 중이고, 이제 식기 세척기 구입만 남았다. 삼신 가전 말고도 전동 드라이버에 연결해서 쓰는 화장실 청소 솔, 물걸레 청소기처럼 청소를 도와주는 빛과 소금 같은 아이템들이 있다. 오늘도 빛과 소금들 덕분에 깨끗한 집에서 집콕하며 지낸다.  


원래 집을 청소하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이상이었다. 매일 가볍게 청소기를 돌리는 것 말고 일주일에 한번 각 잡고 청소를 하면 2-3시간이 걸렸다. 진공 청소기로 집 전체를 빨아들인 다음, 밀대로 방을 구석 구석 닦았다. 걸레를 빨아서 쓰다가 일회용 청소포를 쓰면서 청소가 한결 쉬워졌지만, 밀대 청소가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해서 다음 청소를 할 엄두가 안났다. 결국 토, 일에 나눠서 청소를 하는 걸로 타협했다.


이튿날이 되면 화장실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박박 닦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깨끗해지는 화장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다르게 청소가 끝나면 역시 힘들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누가 집을 이렇게 더럽게 쓰는 거야!! 외치면서 베란다와 현관을 닦는다. 신발을 놓는 현관보다 베란다가 더 더러운 걸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열심히 걸레질 한다.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면 진짜 청소 끝. 


토, 일 오전마다 청소하느라 지쳐서 주말이 싫었던(?) 적도 있었다. 청소를 안 하면 문제 해결인데 집이 더러운 것보단 몸이 힘든게 나았다. 나는 청소를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마음이 상쾌해지는 류의 사람은 아니다. 그저 집에 깨끗했으면 하는 사람. 혼자 살 때라서 나말고는 청소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움직여야 했다. 깨끗함이 주는 즐거움과 청소가 주는 힘듦을 저울질 하다가 청소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들을 구입하면서 집안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나게 된다. 


1차 아이템으로 건조기를 구입했다. 다른 아이템은 몇 년을 고민하다가 샀는데 건조기는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결과는 대대대만족. 장마철에 빨래가 안말랐던 기억, 한겨울에 빨래가 얼었던 기억은 모두 안녕이다. 세탁부터 빨래 개기까지 몇 시간 안에 끝나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세탁기 만큼 건조기도 중요한 필수템이 됐다. 가끔 옷을 잘못 넣어서 줄어들면 스판이라고 정신승리하면서 입는다. 어차피 비싼 옷들은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서 건조기에 넣을 일이 없다.


두번째로 물걸레 청소기를 구입했다. 진동하면서 걸레질을 해준다. 밀대로 바닦을 닦을 때보다 훨씬 덜 힘들었지만 청소 시간이 오래걸리는 게 단점이었다. 밀대 만큼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 것도 불만이었다. 매일 닦으면 청결함이 유지될 거 같았는데 퇴근 후에 뭔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 물걸레 청소기로 닦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우리집에서 제일 열심히 사는 친구. 얘 만큼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결국 모든 것은 로봇 청소기가 종결했다. 로봇 청소기를 구입하고 청소의 신세계를 만났다. 매일 30분씩 온 집안 구석구석을 이 친구가 청소해준다. 작년 5월 말에 사서 지금까지 누적 청소 98시간, 누적 청소면적 6034m2, 누적 청소횟수는 232회다. 세상엔 집을 매일 30분씩 닦는 분도 존재하겠지만 내 경우엔 로봇에게 청소를 맡기고 광명을 찾았다. 침대나 소파 밑 같은 곳도 먼지하나 남기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은 청소기가 잘 돌아다니도록 바닥에 물건을 정리하고 물걸레 청소포를 빨아서 꽂아주는 정도다. 로봇의 물걸레질이 사람 손으로 닦는 것보다 약하다는 평이 있지만 약한 힘이더라도 매일 닦으면 반짝 반짝해진다. '대충이라도 매일'이 포인트다. 이전에 샀던 물걸레 청소기는 베란다나 현관처럼 로봇 청소기가 닿지 않는 곳을 청소하는 용으로 사용한다.


사람이 닦는 것보다 기계가 닦는게 낫다.


로봇청소기가 닿는 곳은 외주화가 끝났는데 화장실은 사람 손이 필요했다. 물이 있는 공간에서 로봇은 무력했다. 변기나 거울 같은 건 일반 솔이나 스펀지로 잘 닦이는데 바닥 줄눈이 문제였다. 청소할 때마다 30분씩 붙잡고 씨름해도 결과물이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전동 드라이버에 연결해서 쓰는 솔을 발견했다. 목욕탕 의자에 앉아 드라이버를 작동시키니까 줄눈의 때가 빠지는게 보였다. 솔로 닦을 때보다 힘도 훨씬 덜 덜었다. 어쨌거나 사람의 품이 들어가야 하지만 노력은 덜하고 결과물이 나아졌으니 대만족이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식기 세척기. 식세기는 아직 구입하진 않았고 이사가면 구입할 예정이다. 반려인은 시큰둥해 하지만 로봇청소기처럼 사고 나면 만족도가 높을거라 자신한다. 몇 년 동안 고민했는데 이제는 살 때가 되었다. 매일 출퇴근 할 때는 하루 한끼 정도를 차려먹으면 끝났다. 평상시라면 굳이 식세기가 필요 없었다. 재택 근무가 길어지면서 집밥 먹는 횟수가 늘어났고 식세기도 필요해졌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반려인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니 설득용 근거로 '환경 보호'를 끌어와 본다. 식세기를 쓰면 사람이 설거지 하는 것보다 물이 절약되고 전기도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걸로 부족하면 한번 설거지 하는데 15분 정도가 걸리니 하루에 45분, 일주일이면 315분을 생산적인 활동에 쓸 수 있다는 근거를 들이밀어야겠다. 애벌 설거지가 필요없다는 12인용까지는 바라지 않고, 2인 가구이니 6인용을 사면 좋을 것 같다. 


게임에서 아이템은 나보다 레벨이 높은 보스몹을 때려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다. 같은 레벨이라면 맨몸보다는 방어력을 높이는 방패,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검, 달리기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신발을 착용했을 때 보스를 깨는 게 수월하다. 집안일과 청소에도 아이템은 필수적이다. 건조기, 청소기처럼 빛나는 아이템들을 장착하고 내일은 집 대청소를 해야겠다. 


written by 토핫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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