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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Jan 12. 2021

엄마, 나 이제 깍두기 담가먹는다!

  코로나로 야외 활동이 극도로 줄어든 지 벌써 수개월이 넘었다. 동거인과 나는 조심성이 많은 편이라 외식, 외출, 만남을 최소화하고 있다. 몇일간 아무 데도 안 나가고 집에만 있을 때는 답답함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썩 잘 지내고 있다.



  집에서 지내다 보니 매 끼니마다 밥을 해 먹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김치 없어도 되지 뭐'를 외치며 살아온 지난 자취 생활, 하지만 그것은 나가서 외식을 많이 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집콕을 하며 외식이 전무해진 어느 날 나는 김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심 했다. 난생 처음으로 김치 만들기에 도전하기로. 김장 김치는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깍두기는 왠지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자취를 했다면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을 과정이긴 하다. 다행히 나에게는 함께하는 동거인이 한 명 있고, 동거인도 마침 깍두기를 해 먹자는 나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사 먹는 것보다 싸게 할 수 있고, 집에서 심심하던 차에 깍두기를 담가보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양념을 입은 깍두기


 장을 봐서 재료를 사 오고, 부엌 한편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재료들을 쫙 깔아놓으면 준비는 끝이다. 먼저 무를 씻고, 잘라준다. 2인 가구 기준으로 무 3개 정도를 가지고 깍두기를 만들면 얼추 3주에서 1달 먹을 분량은 됐다. 자른 무는 큰 소반에 넣어서 소금과 설탕에 2~3시간 절인다. 2~3시간 동안은 자유다. 책도 읽고 낮잠도 자다가 다시 돌아와서 양념장을 만든다. 깍두기 양념장은 그냥 밥공기 정도 크기에 양념 재료들을 때려 넣고 섞어주기만 하면 끝이라 참 쉽다. 마지막으로 절인 무에 고춧가루/액젓/마늘 등등을 넣은 양념장과 무쳐주면 완성이다. 밀가루 풀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처음에는 밀가루 풀 대신 밥풀을 으깨 넣고, 두 번째 할 때에는 과감히 생략했다. 다행히 맛은 큰 차이가 없다.



  막연히 요리랑 거리가 멀었을 때에는 '김치 그걸 집에서 어떻게 담그냐' 하고 생각했다. 막상 도전해보니 생각보다 깍두기는 순한 맛 요리였다. 요리하는데 공력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 것에 비해 깍두기가 주는 식사의 즐거움은 너무나도 크다. 라면을 먹을 때, 약간 느끼한 파스타를 먹을 때, 먹을 게 없어서 급하게 깍두기 볶음밥을 해 먹을 때 등등 쓰임새가 너무나 요긴하다. 밥을 먹고 마무리로 깍두기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괜히 소화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동치미 국물을 먹는 느낌적인 느낌. 아무래도 또 무를 사 와서 깍두기를 만들어야겠다.


최고의 반찬 깍두기

  깍두기 볶음밥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깍두기 볶음밥의 재료는 간단한다. 깍두기는 당연히 메인 재료고, 집에 혹시 삼겹살이나 고기 같은 육류가 있으면 약간 준비한다. 양념류로 올리고당, 대파, 고춧가루, 액젓 있으면 액젓, 참기름 정도를 준비해주면 된다. 요리도 쉽다. 프라이팬에 다 넣고 볶으면 된다. 맛있는 녀석들 레전드 편에서 문세윤이 깍두기를 넣어 만든 볶음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 걸 보고 따라 도전해봤는데 이럴 수가, 정말 맛있다. 집에서 뭐 해먹을지 모르겠고, 딱히 요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 뚝딱 한 끼 해먹기도 좋다. 프라이팬 그대로에 숟가락만 들고 달려들면 설거지거리도 얼마 안 나와 금상 첨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꼭 한번 해보시길 추천한다.



 냉장고에 깍두기가 한 번 있고 나니 다시는 깍두기 없는 삶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이러다가 결국 배추김치 김장에 도전할까 싶다. 배추김치 김장은 두 명 이서도 힘들 것 같고 근처에 사는 친구 B를 불러서 같이 해볼까 싶은데 생각 중이다. 얼마 전 B의 집에 놀러 갈 때 내가 담근 깍두기를 소분해서 나눠줬더니 반응이 좋았다. 같이 하자고 꼬셔봐야겠다. 


  일단 다음 김치는 깍두기나 파김치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파김치는 또 얼마나 맛있으려나! 처음 깍두기를 담그자고 한건 내 아이디어였는데, 이제는 동거인이 더 깍두기 담그기에 진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다음 장보기에는 꼭 무와 파가 포함되어야 할 듯싶다.



엄마, 나 이제 파김치까지 할 것 같아!





깍두기 볶음밥 레시피


재료: 밥, 파, 고기(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깍두기 국물과 깍두기, 고추장, 굴소스, 참기름, 깨


1)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파 투척, 약불에 파기름을 낸다.


2) 깍두기를 넣고 볶아준다. 고기가 있으면 같이 볶아준다! 삼겹살을 넣으면 맛있다.


3) 깍두기가 어느정도 익었다면 깍두기 국물 휘리릭, 고추장 반큰술, 굴소스 휘리릭, 밥을 넣고 쉐낏쉐낏!!! 무아지경으로 볶아준다. 멸치액젓이 있다면 이때 조금 넣어줘도 좋다.


4) 참기름을 살짝 둘러주고 통깨가 있으면 깨도 뿌린다. 마지막으로 계란후라이를 올리면 더 맛있는 깍두기 볶음밥 완성 ^___^


written by. 토핫(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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