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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Jan 02. 2021

새해를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

만다라트로 세우는 새해 계획

작년부터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하는 나만의 의식이 있다. 바로 만다라트 적기! 만다라트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고등학생 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성한 걸로 유명해진 틀이다. 만다라트는 81개로 나눠진 칸에 핵심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보조 목표, 보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은 행동들로 채워진다. 글로 읽으면 무슨 소린가 싶은데 그림을 보면 한눈에 들어온다.


오타니 쇼헤이가 고등학생 때 작성했다는 만다라트.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를 보면 8구단 드래프트 1순위가 핵심 목표였는데 결국 이뤄냈다. 만다라트를 적으며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거고, 그 부분을 단련하고 강화해나갔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졸업 후 1순위로 지명 받은 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으니 정말 다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의 만다라트는 지금은 어떤 내용일지 몹시 궁금하다.


반려인과 나는 작년에 재테크 공부 2년차를 맞이하여 만다라트를 적었다. 그전까지는 목표를 나열한 뒤에 번호를 매기는 식으로 작성했다. 물론 아무런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보다는 번호 나열식 목표라도 세우는 게 도움이 됐다. 번호가 매겨진 세 가지 목표들은 1년이 뒤에 모두 달성 했다. 목표를 적기의 효과를 느낀 다음에 좀 더 본격적으로 계획을 짜보고 싶어서 만다라트를 사용했다. 


만다라트를 적고 1년 뒤에는 더 많은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올해 다시 적은 만다라트에는 작년과 비슷한 내용인데 단계가 올라간 것들도 있고, 아예 새롭게 추가된 항목들도 있으며, 한 해를 보내며 습관으로 정착돼서 뺀 목표들도 있다. 나에게 변화가 없으면 목표도 그대로일텐데 조금씩 바뀐 덕분에 목표도 새롭게 쓸 수 있었다. 




만다라트의 핵심은 목표 쪼개기이다. 뇌는 변화를 싫어하고 기존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런 보수적인 친구에게 '나는 당장 멋진 인간이 될거야. 그러니 우린 내일부터 거기에 맞는 거창한 일들을 해내야해. 아침마다 10km씩 달리고, 매일 완결된 글 한편을 쓰고, 경제 공부를 3시간씩 할거야. 뇌야 꼭 협조해주길 바래.'라고 말하면 뇌가 3일 정도는 듣는 척 해주지만 그 뒤부턴 격렬하게 거부한다. 작심삼일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핵심 목표를 크게 정하되 보조 목표와 실제 행동들을 아주 작게 쪼개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목표를 작게 쪼개서 뇌가 해볼만하다고 느껴야 3일이 지나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조 목표에 '독서'가 있다면 하루에 책 한권 읽기보다는 하루에 책 한쪽 읽기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책 한쪽도 며칠이 지난 뒤부터 안 읽게 된다면 한 문단으로 줄여서 뇌에 부담을 덜어야 한다.


만다라트에 성취해야 할 목표 말고 평소에 도전 해보고 싶었던 내용들을 적는 것도 좋다. 막연히 배우고 싶었던 운동이나 명상을 만다라트에 집어넣고 결국에는 습관으로 만들어가게 되었다. 목표에 적기 전에는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던 것들이다. 적는 일 자체가 동기를 부여해 준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스스로 뚜렷하게 성장한다는 느낌이나 성취감 같은 걸 느끼는 일이 드물었다. 모든 직장의 일이 다 그렇겠지만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크게 구멍 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업무가 잘 끝나도 칭찬받는 일은 드물었고 상황이 안좋아지면 책임져야 할 문제들만 산더미 같이 놓여 있었다. 일테기가 왔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면서도 주어진 환경을 바꿀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쳇바퀴 같은 삶이 지겨워질 즈음에 목표를 작성하면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들이 생겼다. 재밌게도 목표를 쓰기 위해 목표를 만들어야 했다. 뭔가 해보고 싶어서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종이에 쓰려고 목표를 떠올리다 보니 구체화 되었다. 만다라트를 처음 쓸 땐 정말 쥐어짜내서 썼다. 떠오르지 않는 목표를 보며 그전까지 내가 뭘 원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만다라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장래희망과 꿈이 있는 어른이 되었다.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을 하루 하루로 보면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변화는 시간이 누적되어서 양이 쌓인 다음에 보인다. 목표를 쓰고 1년이 지나자 크게 성장한 내가 보였다. 해냈다는 성취감은 덤이었다. 학창시절에나 느끼던 성장하는 즐거움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이야! 내일이 기대되고, 2021년이 궁금한 이유는 2022년에 내가 어떤 모습일지,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새해 결심이 성공할 확률은 8% 정도라고 한다. 92%의 사람들은 야심차게 계획을 세우지만 중간에 탈락한다. 성공하는 사람과 탈락하는 사람의 차이는 목표의 가시화 여부라고 생각한다. 나는 몇 년 전까지 신년 계획을 머릿속으로만 세웠다. 그때까진 늘 92%의 중도 탈락자에 포함되었다. 목표를 쓰면서부터 8%의 완주자 그룹으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가벼운 목표로 시작해서 달성하는 쾌감을 느껴야 한다. 작은 성취가 쌓이면 그때부턴 순탄하게 갈 수 있다. 당신만의 만다라트를 작성해 보자!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만다라트 종이를 꺼낸다.


written by 토핫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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