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남들보다 더 나은 투자자가 되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바로 '아무것도 안 하기'다. 엥?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싶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례가 많다. 제로금리 시대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에서 탈락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원금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기'란 잘 분산한 포트폴리오를 크게 손대지 않고 장기로 가져가는 거다.
오늘 읽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 칼럼니스트는 자산 중 65%를 미국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30%를 채권에, 5%를 현금으로 보유한다. 그리고 이 포트폴리오를 1년에 단 2번만 점검한다고 한다. 앗, 투자! 대학교 수강신청보다 쉽다. 만약 점검을 했는데 포트폴리오에서 고칠 게 없다면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는다. 이 얼마나 단순한 방법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전략은 이미 65%를 인덱스 펀드에 분산투자 했기에 가능하다. 하나의 기업에 돈을 몰빵 하는 것이 아니라,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그리고 주식에만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리스크를 채권에 투자하면서 방어한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비상용 현금 5%도 유지한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를 하면 시장의 평균 수익은 따라갈 수 있다. 인덱스 펀드 자체가 주식시장의 지수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고, 그 해의 코스피 수익률이 7%라면 그 사람은 7%의 수익은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아니 고작 평균 수익률을 얻으려고 내가 투자를 하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평균적인 수익을 얻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트레이드나 단타 매매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지만, 그 수익을 1년 내리 가져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특히 계좌에 파란불들의 물결이 밀려오는 약세장일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잘 짜인 포트폴리오만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올해 주식투자 수익을 다룬 기사들을 봐도 이 전략이 설득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020년 주식 수익률 꼴찌는 20대 남성(3.81%), 1등은 30대 여성(25.98%)이라고 한다. 원인은 바로 회전율에 있다. 회전율이란 정해진 기간 동안 얼마나 사고팔았느냐를 말한다. 즉 회전율이 높다는 건 사고팔기를 많이 했다, 단타를 많이 했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다. 20대 남성의 회전율은 68.33%다. 가장 높은 회전율을 가진 20대 남성의 수익률이 가장 낮았고, 30대 여성의 회전율은 28.42%였다. 단기로 사고팔기보다 장기로 보유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 준다는 예시다.
월가의 베테랑 리처드 번스타인의 책 <소음과 투자>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다룬다. 장기투자야말로 투자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며, 정보를 대부분 무시하고 매매 횟수를 줄이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테마주, 대박주 등등 소위 우리의 마음을 뒤흔드는 정보는 '소음'에 불과하다는 거다. 리처드 번스타인이 말하는 분산투자의 최고 장점은 시몬스 침대만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거다. 분산투자는 곧바로 짜릿한 수익률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두 발 뻗고 쿨쿨 잘 수 있게 해준다.
분산투자와 장기투자의 원칙을 지켜서 부자가 된 평범한 월급쟁이도 있다. <주식의 쓸모> 책에서는 자산을 대부분 인덱스펀드에 투자해서 부를 이룬 미국 교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사람은 자신의 주식을 인덱스펀드와 현금으로 비중을 나누고 꾸준히 장기투자를 했다. 이 방식으로 20대에 투자를 시작해 30대에 10억을 모았다. 인덱스펀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꾸준히 분할 매수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장기간 보유한 것이 부의 열쇠였다.
'건강한 음식 먹고 운동 많이 하세요'는 모두가 알고 있는 장수의 비결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그런 사람이 실재로 존재하는가? 이 두가지를 해내는 사람은 전설속의 동물에 가깝다. 이처럼 '정액 매수하면서 장기 투자하세요'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인데 내가 해내긴 어려운 일인 듯 싶다. 투자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말을 듣는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한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좋은 주식을 사고, 수면제를 먹어라. 10년 뒤에 깨어나면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럼 나는 이만 수면제를 사러 떠나야겠다. 10년 재워줄 독한 수면제 구합니다!
written by. 토핫(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