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오는 밤이면 부자가 되는 망상에 빠진다. 여러 가지 상상들 중에 부자 망상 만큼 시간 때우기에 좋은 게 없다. 재테크를 공부하기 전에는 로또에 당첨되면 무얼 할지 고민했다. 로또 1등이 되면 필요한 집과 차를 사고 나머지는 월세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을 사면 되겠다-처럼 간단한 스토리 라인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부동산이 내가 아는 투자의 전부였던 시절이다. 심플한 줄거리에 디테일을 하나, 둘 추가하기 시작하면 그날 잠은 다 잤다.
로또 1등 평균 실수령액이 13억쯤 되니까 나의 상상도 13억 즈음에서 멈췄다. 가끔 수동으로 같은 번호를 여러번 써서 1등에 중복 당첨되는 사람들이 나온다. 나도 그렇게 당첨된다 치면 한 20-30억 정도까지는 받을 수 있겠다고 좋아하며 행복회로를 돌렸다. 어쩔 때는 로또를 사놓고 기도하듯이 상상을 하고, 로또조차 사지 않고 망상할 때도 있었다.
재테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망상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13억에서 천억대 정도로 뻥튀기 됐다. 근거 없이 숫자만 늘린 건 아니다. 재밌자고 하는 망상인데 너무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만들면 흥미가 떨어진다. 막장 드라마에도 법도는 있으니까. 어느날 없던 돈이 자고 일어나니 머리 맡에 돈이 생겼다는 썰은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여도 재미가 없다.
이전 망상의 소재가 로또였다면 지금은 주식과 비트코인이 주된 재료다. 모든 정보를 기억한 채 과거로 돌아가는 웹소설 주인공처럼 상상 속의 나도 09년도로 돌아간다. 12년 전에는 아직 대학생이라 가용자금이 부족하니 생기는 돈을 조금씩 비트코인을 사서 모은다. 10년쯤 후인 18년도 1월, 비트코인 폭락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전량 매도한다. 이때 생긴 자금으로 18년 2월에 미국 태양광 회사에 투자하고 3년을 기다리면 하늘이 내린 부자가 된다. 뇌내 망상에서 먼치킨으로 활약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흐뭇해 하다가 잠이 든다.
로또를 두고 한 망상은 완전히 쓸모 없었다. 시간은 잘 갔지만 그렇게 행복하거나 재밌지 않았다. 매주 1등에 당첨이 되는 사람이 꼬박꼬박 나오지만 나는 5등도 거의 당첨이 안되는 운 없는 사람이었다. 보통은 당첨 기대조차 안하는데 회사일이 유난히 힘든 시기에는 로또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럴 때는 낙첨의 실망감이 생겼다. 1년 가까이 5천원씩 꾸준히 로또를 사다가 내내 한번도 당첨이 안된 뒤로 로또와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다.
6개 짜리 번호를 두고 망상을 할 때와 다르게 주식+비트코인 망상은 도움되는 부분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로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번호를 찍고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이런 망상은 밤에 잠 안온다고 시간 때우는 것보다 억지로라도 잠을 자는 게 심신에 도움이 된다. 잠깐은 즐거울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은 과거를 복기하면서 미래 전망을 공부하게 된다. 비트코인이 한참 언론에 오르내리던 2018년에라도 비트코인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건지, 실체가 무엇인지 공부한 사람들은 지금 늘어난 자산을 보며 흐뭇해 하고 있을 거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현 시점에서 10년 뒤에 어떤 사업에 돈이 몰릴지 고민해야 한다. 무에서 유가 되는 경우는 없고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신문에서 매일 매일 보도하는 AI, 전기차, 5G, ESG, 친환경 에너지, 대체육 등이 10년 뒤에 우리를 백억대 부자를 만들어 줄 아이템일 것이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 투자만으로 백억대 부자가 돼서 은퇴한 사람이 있다. Jason은 2013년도부터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해서 8년 만인 2021년에 39살의 나이로 은퇴했다. 한국에서도 필명 레이어드가 테슬라를 2016년부터 매수해서 현재 3500주 보유로 몇 십억대 부자가 됐다. 제2의 테슬라를 찾는 게 재테크 공부의 목적이자 목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슬립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다. 판단 만큼 행동이 중요하다. 작년과 올해의 대세 상승기를 거치면서 투자해야겠다고 생각만하고 행동하지 않아서 놓친 아이디어들이 많다. 판단과 행동을 동기화 시켜야 한다.
재테크 공부를 하면서 예전만큼 밤에 잠을 안자고 생각에 빠지는 일이 줄었다. 기도하면서 인생 역전을 바라는 마음도 사라졌다. 요즘은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두고 망상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가끔이라 그런지 이런 류의 망상이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과거에는 어떤 내용이든 배울점이 존재한다. 복기하다 보면 놓친 것 같은 기회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음 기회는 잡아야겠다.
written by 토핫 (핫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