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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ilet Oct 16. 2019

영화 조(Zoe)

나는, 당신은 진짜입니까.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의 2018년 작품이며, 감독의 특기인 특수한 상황에서의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것임은 정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외에는 말하기 어렵다. 영화 조(Zoe)는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을 말하고 있기도 하고, 로봇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달로 언젠가 우리 인간이 더 이상 은색 고철 덩어리가 아닌 사람 생김새와 완전히 같은 로봇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이 상상에서 좀 더 나아간 것이 영화 조다. 이 영화의 시작은 자신이 로봇인지 모르는 한 로봇이 인간을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조는 자신이 살아온 과거, 기억, 추억 모두 여러 사람의 흔적을 믹스해 그럴듯하게 꾸민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인생은 사람의 손으로 Turn off 될 수 있는 기계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치 인간처럼 충격을 받는다. 조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비춰진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다.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조의 사랑을 알게 된 콜은 조의 설계자이자 로봇의 주인이다. 콜을 향한 조의 사랑은 여느 인간과 똑같이 커져만 가지만 콜은 조가 로봇이라는 이유로 온전히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다. 완전한 사랑을 이루지 못함에서 오는 괴로움은 삶의 의미 없음으로 이어진다. 자신도 , 사랑도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은 조의 자살 즉 스스로의 Trun off 시도를 감행케 한다. 이러한 로봇의 애처로운 행동을 통해 관객은 '나도 진짜를 찾고 싶다.' '나만의 진짜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등의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단 한 사람의 버려짐으로 인해 죽음을 택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로봇에게 부여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 생경하게 느껴진다. 또 감독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간으로서 굉장히 진화된 감정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조가 완벽하게 설계된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결국 눈물을 흘릴는 때는 로봇 그 이상으로 진화한 마지막 장면이다. 콜 역시 내면의 고민과 후회 끝에 결국 진정한 사랑의 선택을 한다. 조는 로봇과 인간이 함께 진화하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진화된 인간의 감정,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결실을 맺게 되지만, 과정이 더욱 흥미롭다. 조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조와 콜은 모두 호르몬 약을 먹고 몇 시간 동안 사랑에 빠지는 약을 먹고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하면서 잠시 동안 만이라도 순간의 외로움을 잊어보려 애쓴다. 각자 그렇게 여러 번의 가짜와의 성관계를 통해 그들은 서로(진짜)를 그리워한다. 콜은 조에게 느꼈던 사랑이 로봇에게 느낀 낯선 감정이 아닌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고가 난 조를 치료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조는 자신의 신체 내부를 내어 보이며, 난 당신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콜은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이 무엇이든, 인간이든, 로봇이든, 존재 자체 그대로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말은 희망적이면서도 절망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우리' 모두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정도로 해석되겠지만, 진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거쳐야 하는지 그리고 수많은 가짜 중에서 진짜를 알아보는 혜안을 가져져야 한다는 난제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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