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 Jul 13. 2024

점점 작아지는 희망

조직검사

얼마 전 심장이 안 좋아 수술을 해야 하는 엄마에게 차마 이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감정형인 F의 화신 같은 우리 엄마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눈 내리는 걸 보면 소녀같이 기뻐하고 아파하는 강아지를 보면서 눈물을 한 움큼이나 쏟아내는 소녀 같은 분이시다.

'우리 주혜는 공짜다' 하시며

늘 혼자 척척 알아서 하고  씩씩하게 어디서나 당당하고 똑똑하고 멋진 딸이라며 자랑스러워하셨는데...

마지막에 제일 큰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다.


언니들과 동생도 정신이 없었다.

처음엔 부정이었고, 두 번째는 오진이기를, 세 번째는 조직검사에서 그나마 1기나 2기이길 바랐으나,

나는 느껴졌다.

한 달 이상 지속된 이 복통이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의료파업으로 서울의 큰 병원은 예약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사방팔방으로 입원길을 알아보고 돈걱정은 하지 말라는 든든한 동생,

항암식단, 치료에 성공한 사람들, 다양한 치료법을 담은 유튜브와 기사들을 계속해서 보내주는 언니들, 형부.

카톡은 하루종일 시끄럽다.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한번 더 가족의 사랑을 느낀다.

투닥투닥 지지고 볶지만 언제나 챙길 땐 누구보다 먼저인 우리.

가고 나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들이 함께 있을 걸 생각하면 든든하다.


암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췌장암 그리고 4기...

그래, 이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하지만 난 희망을 놓지 않을 거다.


생존이 목표가 아니라 하루만이라도 더 버티는 게 목표가 되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던 나였다.

삶의 마지막에 어마어마한 큰 과제가 주어졌으니

그래, 또 부딪혀 보는 수밖에!



암병동 입원병실에 나이를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내가 제일 위중하다는 것도.

간호사들도 의사들도 옆에서 몸도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들도 나를 안쓰럽게 본다.

그래,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이상하게 억울하지는 않다.

참 열심히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어딘가에서 봤던 글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사람이려 노력했으니 좋은 사람이라 치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니 스스로를  미화시켜서 재수 없어도 좀 봐주는 걸로~)

그래, 언제나 가능성은 열려있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게 삶이지.


내게 남은 시간이 6개월뿐이라면 1년만 버틸 수 있어도 감사할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목표는 5년으로.

췌장암 4기 5년 생존율 1.8%.

그래 1% 안에 들어가 보자!!

지금 이 순간이 참 귀하다.

사고로 죽고 자다가 죽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그래도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을 함께 할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췌장암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