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가 넘은 원로 번역가 김욱 선생이 에세이를 발간했네요. 술을 너무 좋아하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출판사 서평에 이런 구절이 있네요. ‘나이 들수록 재미있는 게 없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나이 드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에게 어린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청춘이란 몇 살이 되어야 끝이 납니까?”
쇼펜하우어가 대답했다.
“더 이상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지 않을 때다.”
몸은 늙어가도 계속 공부를 해서 ‘깨달음’의 경지를 높여야 합니다. 죽을 때 육신은 두고 가도 ‘깨달음’이 담긴 그 ‘인식’은 갖고 갑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작은 것에 연연하여 패거리질 또는 도적질이나 하면, 그 인생은 정말 별 볼 일이 없습니다. 이런 노년이 50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죽도록 열심히 살아서 세상에 다 돌려주고 뜨거운 가슴과 맑은 영혼만 가지고 가야 합니다. 바로 지금 죽도록 열심히 살 가치가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정말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인생 이모작은 정말 힘듭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찾고 결심해야 합니다.
나이 먹어서 은퇴하면 자동적으로 장기휴가가 됩니다. 다만 그 때는 돈이 없겠지요. 지금 젊은 시절에 장기휴가가 가치가 큰 것은 가슴도 뛰고 영혼도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뛰는 가슴도 없고 살아 있는 영혼도 없는 상태에서 장기휴가에 떨어지면, 거기부터 폭삭 늙어버리는 겁니다. 지나간 삶은 아름다웠지만, 노년은 아름답지 않게 됩니다. 이 때부터 과거만 기억하는 꼰대로 변신합니다. 저자의 아래 문장이 참 울림이 큰 말입니다. ‘붉은 가을’이라는 일본어를 배웁니다.
“나는 현재 저술가 겸 일본어 번역가다. 그 때문인지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일본말 중에 제일 좋아하는 표현이 무엇이냐고.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한다. ‘적추(赤秋)’라고. 일본어가 한반도에서 건너갔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적추(赤秋)’라는 표현은 우리말에 없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붉은 가을’이다. 뭐가 그리도 붉다는 걸까. 단풍일까, 아니면 석양이 잠시 머물고 떠나는 텅 빈 들판일까. 이것은 노인의 청춘을 비유하는 말이다. 물질과 출세 같은 세상 속박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는 뜻이다. - p50,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 김욱 -
2015년 9월 30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