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세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후대에 전달함으로써 문화가 문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됩니다. 초기에 인류는 세계의 모든 것을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인식하였습니다. 그 감각적 경험을 구술을 통해 세대를 넘어서 전달하였습니다. 나이 드신 추장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눈동자가 맑은 어린이들이 할아버지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총총한 눈빛을 흩뿌리며 정말 귀를 기울여 그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였습니다. 그렇게 듣고 기억한 전 세대의 유산과 자기 스스로가 감각으로 경험한 새로운 것들을 버무려서 다시 구술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전달했지요.
일부 문자와 그림이 있었지만 구술을 위한 간접적인 도구였지요. 문자를 기록하는데 사용되는 매체의 생명이 짧아 기억을 도와주는 보조 도구이상은 아니었습니다. 이 인류의 습성을 바꾼 두 가지 발명품이 종이와 금속활자입니다. 이 둘의 결합은 문자로 기록된 “글”을 담은 매체, 즉 “책”의 비약적인 발전 동력이 됩니다. 인류는 글을 쓰고 읽는 인간으로 완전히 변모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만들어지고 읽혀지고 파쇄되고 사라집니다. 이것이 불과 5백년 정도됩니다. 미술도 책과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Digital 기술의 발달, 메모리 집적도의 향상 그리고 IT를 통한 통신의 비약은 “영상” 그 자체를 Contents로 담아버렸습니다. 지금 시대는 책이나 그림이 읽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녹화된 영상이 읽히는 시대입니다. 보고 듣고 한 것을 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한 것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지금은 영상 시대이고, 보고 듣고 한 것을 말로 구술하는 시대입니다. 맛집을 글로 보며 느끼는 시대가 아니라 먹방을 보며 영상으로 느끼는 시대입니다. 맛집 블로거들이 여전히 많지만, 이제 더 이상 Power를 갖지 못합니다. 방송과 동영상이 Power를 가져 갔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오늘날이 되어 더 진리입니다. 영상은 모든 순간을 기록할 수 있지만, 글은 모든 순간을 묘사할 수 없습니다. 글이 없던 시대로 인간의 의식이 되돌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2017년 1월 2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