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忠과 서恕

by 송창록

지셴린季羨林(1911~2009)은 중국의 리더들이 판단의 기로에 설 때마다 조언을 구했던 큰 스승입니다. 그는 평소 《주역》부터 소동파의 시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책임졌던 어른의 성찰을 담은 고전들에서 148개의 빛나는 문장을 간추려 주변에 자주 권했습니다. 지셴린은 이 148 명구만 공부해도 인간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질 내공을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시진핑, 리커창 등 중국의 리더들은 지셴린이 선정한 명구를 연설이나 담화에서 자주 인용합니다.중국 리더들이 하는 말을 이 책에서 찾아내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젊어서 하는 공부는 “실사구시”이고 나이 먹어서 하는 공부는 “마음공부”라고 했습니다. 벼가 익으면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때가 되었는데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속이 영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속이 가득 차면 반드시 겉으로 드러나는 법이니, 나이 먹었는데 마음이 나이 값 못하면 몸이 헛고생합니다.


공자의 생활 실천을 두 한자어로 감히 요약하면, 충忠과 서恕입니다. 충은 마음을 중심에 두고 다스리는 자기 수양이라고 하면, 서는 상대방의 마음도 나와 같은 마음이니 격을 맞추는 관계 수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옳다고 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강요할 바가 아닙니다. 다만 내가 그르다고 하는 것을 상대방에 요구하지 않는 것이 마음 씀의 근본입니다.


내가 Early Bird라서 새벽 출근을 하니 좋은 점이 많다고, 구성원을 새벽 출근하라고 하면 배려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내가 휴일에 나와서 근무하니 여유가 있고 좋으니까, 구성원을 휴일에 나와서 근무하라고 하면 배려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좋은 것은 사람과 때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하지 않습니다. 주역에서는 이를 시중(時中)이라고 합니다. ‘時中’은 각자가 처한 상황의 변화에 알맞게 대처하여 진리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恕의 실천은 이런 것입니다. 내가 Early Bird가 아니라서 새벽 출근을 하기 싫어하는데, 구성원을 새벽 출근하라고 하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도 휴일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근무하기 싫어하는데, 구성원을 휴일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근무하라고 하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를 미루어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내가 옳다고 하는 것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것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빗대어 “Negatively Positive Thinking”이라고 콩글리쉬를 만들었지요. “부정에 기반한 긍정적인 생각”입니다.


긍정의 강조는 부정이고 부정의 부정은 긍정입니다. Very Good보다 Not Bad가 훨씬 더 많이 좋다는 뜻입니다. Very Good의 어감은 좋은 것이 좋다는 뜻이지만, Not Bad의 어감은 나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집합의 개념으로 보면, Not Bad가 훨씬 더 크고 많이 좋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1월 6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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