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신 전 임원 중 한 분이 저에게 이런 책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
퇴사하면 두 종류의 심정으로 딱 갈린다고 합니다. 하나는 “있을 때 잘 할 걸”하는 심정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일찍 퇴사할 걸”하는 심정입니다. 물론 다른 퇴사의 심정도 있겠지만, 위의 두 가지 심정이 제일 강합니다. 둘 다 후회의 심정입니다. 언제나 후회는 늦습니다. 진짜 문제는 아무도 퇴사 후의 심정에 대해 후대를 위해 글로 남겨 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문경영학적으로 말해서 실패 사례에 대해 누가 알려 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술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듣기야 하겠지요. 대개 “퇴사해서 좋은 점”은 잘 말해줘도, “있을 때 어떻게 잘 하라”는 것은 잘 말해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패를 남에게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책입니다. 앞의 심정 없이 오로지 뒤의 심정만 갖고서 잘 그리고 당당히 퇴사하고 싶다면 꼭 읽어볼 것을 권장합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퇴사하신 분들의 공통점은 회사 다닐 때보다 욕심이 많이 덜어져 있습니다. 전보다 경제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대부분 한층 더 여유롭습니다. 오히려 아직도 누굴 위하는지도 모를 업무에 치여 자신을 가꾸지 못하고 사는 남은 자들을 측은하게 바라봅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나도 확 퇴사해버려”하는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습니다. 살림살이가 는다고 해서 내가 “마크 저커버그”처럼 될 것도 아니니까. 인생살이가 본래 고행길이라고 나 좋자고 회사를 다니는 것 아님을 내가 잘 아니까 마음을 접습니다.
있다는 것은 본래 없다는 뜻이고 없다는 것은 본래 꽉 차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없다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꽉 차있는 것입니다. 삶의 고행을 마치고 은퇴하는 분들은 유에서 무로 향하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꽉 차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 분들께 감사하다고 꼭 말합니다. 무로 향하는 사람들이 젊은이들보다도 있는 것을 더 많이 추구하는 꼴을 하도 봤더니 그런 분들이 있어주기만 하면 감사합니다.
인사동에 가면 ‘귀천’이라는 오래된 찻집이 있습니다. 시인 ‘천상병’님의 미망인께서 하시는 찻집입니다. ‘귀천’은 천상병님의 시 제목입니다. 이렇게 삶을 마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매주 주말이면 양평면 서종리 문호리에는 리버마켓이 열립니다. 가족끼리 나들이 삼아 경험하면 좋습니다. 요즘은 양평 문호나루와 충주 목계나루에서 번갈아 열립니다. 제발 일만 하고 살지 마십시오. 일에다가 바친 소중한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직장에서의 성공이 인생의 성공을 100%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017년 5월 6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