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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창록 Jun 13. 2021

길라잡이

옛 로마제국에는 성공한 사업가, 정치가, 부유한 계층이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경비를 비롯해 보호, 식량, 선물까지 받는 대신 다양한 과업을 수행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안테암불로(anteambulo) 즉, '길라잡이'의 역할입니다. 길라잡이 역할은 그리스에서 오딧세우스의 친구 멘토가 오딧세우스가 남기고 간 아들의 후견인 역할을 한 멘토링과 유사합니다. 어느 문화에서나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나 기관들이 있습니다. 대학도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 중의 하나입니다.


비유를 들자면, 모든 사람은 다른 이의 멘토이며 다른 이의 멘티입니다. 이 멘티이며 멘토인 사람이 바로 길라잡이입니다. 자신이 멘토로부터 배우고 익힌 것을 멘티에게 가르치고 숙련시키는 역할입니다.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멘토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불법에는 ‘보살’이 있습니다. 보살은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하는 사람입니다. 위로는 깨달음(보리)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대중)을 교화하는 수행을 말합니다. 보살은 중생을 바르게 교화하기 위해 바른 깨달음을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길라잡이는 부모, 스승, 어른, 리더가 되는 과정입니다. 부모, 스승, 어른, 리더는 자녀, 제자, 어린이, 구성원의 길라잡이입니다. 자기가 바르지 못하면 자녀, 제자, 어린이, 구성원도 바르지 못합니다. 부모가 개망나니이면 자식이 아무리 부모를 원망해도 보고 듣고 익힌 것이 개망나니 짓이라서 자식도 개망나니가 됩니다. 선진 나라는 법으로 정하여 개망나니 부모로부터 자녀들을 강제로 떼어 놓습니다. 개망나니를 대물림을 하지 않게 하고 인권 차원에서 자식을 보호하여 나라와 사회를 바르게 하자는 의미입니다. 친권은 바른 경우에는 우선하겠지만 그른 경우에는 박탈당합니다.


삶은 죽는 순간까지 스승을 찾아 배우고 익히는 수행 과정입니다. 스승이 없다면 인생이 허망한 것이고, 스승이 바르지 않다면 길을 잘못 든 것이고, 바른 스승을 찾았다면 절대로 놓치지 말고 일심으로 배울 일입니다. 인생이라는 길을 가려면, 바른 부모, 스승, 어른, 리더가 있어야 합니다. 배움에 따라 누군가의 길라잡이가 되어야만 무엇을 이룰 수 있습니다. 스승은 훌륭한 제자가 나왔을 때에 훌륭하다고 불리어집니다. 좋은 제자는 다시 좋은 스승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생활의 성공은 “자신이 모신 상사를 최고경영자”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길라잡이가 될 모든 지혜와 경험을 체득하게 됩니다. 그것이 결국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길이 됩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2017년 10월 16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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