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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Oct 16. 2020

느린 마음이 하는 말

오래전 누군가가 뿌린 친절의 씨앗이 내 마음에 그저 묻혀만 있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싹을 틔우는 일이 가능할까? 혹은, 그 먼 시간을 날아와 마침내 내 마음에 뿌리내리는 일이. 




지금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기적같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저 마음이 싹 틔우는 순간을 만끽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쨌든 이것도 꽤 행복한 일이니까.




어긋나버린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꽁꽁 얼었던 내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더는 보답할 수도 볼 수도 없는 마음을 두고 그리워할 뿐. 하지만 진심은 멀고 먼 길을 돌아 어떻게든 내게 도달한다는 걸 알았기에 기쁘기도 하다.




아무래도 나의 세계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 마음이 느려서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기에 바쁘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아마 많겠지?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마음을 속으로 간직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 마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언젠가는 지금 이 들뜬 마음도 가라앉겠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절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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