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은 Nov 13. 2020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볼 만한 컨텐츠를 찾고 있다면

카카오페이지 <멋있으면 다 언니>

불안한 가운데라도 계속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여러가지를 도모하다 보면 언젠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봐요. 
   -  이수정 교수, <멋있으면 다 언니> 인터뷰집





 우연한 기회로 카카오페이지의 <멋있으면 다 언니> 인터뷰집을 알게 되었다. 모바일로는 콘텐츠가 잘 읽히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어떤 편견같은 것이 있어서 글을 역시 종이로 된 책을 읽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내 안의 고집을 꺾은 덕분에, 정말 눈 깜짝하니 지나가버린 2020의 연말에 이렇게 소중한 글을 알게 되어서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포함 총 12회, 각 회차는 프롤로그 제외하고 소장에 500원이다. 인터뷰 대상은 벌새의 김도라 감독님, 박막례 채널의 유라PD, 이슬아 작가님 등등 다양한 총 10명의 멋있는 여성들. 





 총 10회의 인터뷰는 서로 다른 이유로 내 마음을 울리고 어떤 깨달음을 줬고,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자주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10명의 여성들은 모두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저마다의 터널을 지나왔고, 인생이 늘 그들에게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진취적이고도 긍정적인 태도로 "자기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모방하지도 쫓지도 않고, 힘들다고 투정버리지도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사는 힘,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 빛나는 모습을 보았다.  





 <멋언니>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사회초년생이거나 사회에서 본인의 길을 찾고 있는 여성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 여기 나오는 10명의 여성들이 지금 피어낸 멋진 결과물 뒤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때와 지금 어떤 태도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의 경우, 첫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우울과 허무가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그동안 늘 눈 앞의 어떤 목표를 보고 달려왔었는데 그 지점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할까. 내 인생이 이게 끝인가, 내가 원하던 삶의 궤적은 이런 게 아니었다는 걸 실감하면서 뭔가 어긋나버렸다는 걸 직감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직장을 계속 다녔더라도 그것이 내 끝은 아니었을 것이고 내 운명과 인생의 모든 향로가 직장에 얽매어있을 필요는 없었을텐데, 생각하지만 그때의 나는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그만큼 내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 같아서.





 아직도 많이 조급하고 불안하지만, <멋언니>에 나온 10명의 여성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힘을 북돋아주는 걸 느꼈다.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해지지는 않는구나, 가능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존재하고, 나의 길과 기회는 나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풍부한 레퍼런스를 통해서 알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약하지만, 그리고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지만, 그가 큰 강을 건너기에 앞서 어떤 디딤돌 같은 것을 놓아줄 수는 있는 것 같다. 내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나의 깊은 터널을 지나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슬아 작가는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 바라는 모습에 한참 못 미칠지도 모르고, 어떤 것을 바라는지도 확실치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가 꾸준했으면 좋겠다. 재능과 관계없이, 없던 재능도 피어나게 할 꾸준함으로 묵묵히 각자의 길을 걷다보면 서로 조우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그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빛을 내면서.




다음주 수업에 네가 써올 글이 궁금하고 기대되고 가장 먼저 읽고 싶어. 널 안 만나도 뭘 썼을까 궁금할 정도야. 하지만 계속하지 않으면 다 사라지고 마는 것 같다.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도 담배도 싫어하지만 <커피와 담배>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