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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Nov 15. 2020

삶의 지평을 넓히는 일

카카오페이지 <멋있으면 다 언니> - 김유라PD 편

어릴 때 뭐든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시도해보고, 경험을 넓히고, 성취감을 느껴보기. 그게 삶에서 중요한 거의 전부 같아요.

  - 김유라 PD, 카카오페이지 <멋있으면 다 언니>




 어제는 서촌을 거닐었다. 미세먼지가 심하다는데, 하늘은 조금 뿌옇긴 해도 놀라울 정도로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서촌은 언제 가도 기운이 참 좋은 것 같아.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좋은 기운을 흡수할 때 안은영의 볼이 발그랗게 달아오르면서 충전이 되는 그 느낌을 서촌에서 받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은행나무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미 낙엽이 상당히 많이 떨어졌지만, 반은 나무 위에 반은 바닥 위에 깔려 있어서 낙엽 내음이며 바스락 발 밑에 밟히는 소리를 즐기기에 딱 좋을 때다. 수북히 쌓인 낙엽들을 보니 마음껏 뒹굴 수 있는 강아지들이 잠깐 부러워졌다. 내년 가을에는 더 열심히 돌아다니고, 더 열심히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즐겨야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을 즐긴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참 어렵다. 발에 굳은 살이 밝히도록 종종거리면서 그 계절, 그 하루를 만끽하기 위해 바삐 다니다가도, 또 앉아서 그 순간을 기록해야 하고, 기록하는 와중에 사적인 기록만 남기지 않게 틈틈히 다른 사람에게도 내보여야 한다. 





 얼마전에는 올해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해놓고 깜짝 놀랐다. 내가 이렇게 돈을 안 썼다니. 마냥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은, 내가 할까 말까, 갈까 말까 고민하던 많은 선택지들에 안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미련이 남는 몇 가지 선택지들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미 지나간 일인 것을 알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있다. 





 그러다가 카카오페이지 <멋있으면 다 언니>의 김유라PD 편을 보고, 망설이던 선택지 하나에 대뜸 승낙해버렸다. 바로 다음과 같은 구절 때문에. 




 왜 그럴 때가 있잖아요. 이번 주말에 어떤 약속이나 행사가 있는데 너무 피곤한 경우, 그런 날 가는 것과 안가는 것이 인생에서 엄청난 방향을 정한다고 생각해요. 가서 만난 사람이 나한테 어떤 기회를 줄지, 친구들과의 대화가 내 가치관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저는 무조건 하는 선택을 해요.




 늘 거창한 것을 생각해버리는 나의 습관을 되돌아보았다. 시작부터 지레 겁먹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할 것 같고, 누군가 나를 평가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싫어서 스스로 피해보고. 생각해보면 작년부터 꾸준히 하고 싶었던 활동들이 있었는데 스스로를 너무 가로막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공모전에 나가는 게 재밌어서 떨어져도 "꾸준히" 나갔다는 유라PD가 나는 엄청 생경하게 느껴졌다. 세상을 저렇게 꿋꿋하게 낙천적으로 살 수도 있구나, 자기만의 길과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삶의 모습은 저런 거구나, 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확실히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연결점들이 생겨나서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 특히 나처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 시점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있어야 하므로 포기했던 것들을 이제는 집 안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슬슬 내년을 계획하는 와중에 다음의 문장을 마음에 새겨놓으려고 한다. 얼마전 팟캐스트에서 들은 양재웅 원장님의 말처럼,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될 그날을 생각하면서.



 


 그러니 뭔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는 돈이나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원데이클래스에 나가도 금세 잊어버리고 말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한 번의 경험이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주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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