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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Nov 17. 2020

격무에 지친 당신께 추천하는 한 권의 책

격무에 지친 저승사자의 안식년 일기

 "아버지, 만약 과거로 간다면 서른 살의 아버지에게 어떤 충고를 하시겠어요?" 

 아버지는 주저 없이 단 두마디를 하셨다.

 "적게 일해라."

 이 책은 이런 조언을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에서 꼭 읽고 싶은 책을 소개받았다. 부제는 <격무에 지친 저승사자의 안식년 일기>. 안식년을 가지려면 저승사자라도 되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네. 제목은 <딱 1년만 쉬겠습니다>로, 만화 형식이라 너무 금방 읽어버리곤 아쉬웠다.





 입사 이래로 한 번도 휴가를 사용한 적 없는 저승사자는 인사부에서 강제로 부여한 1년간의 휴가를 떠나게 된다. 이름들의 목록만을 작성하던 그는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하게 되는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보기, 빗 속 걷기, 언덕에 앉아있기, 원하는 만큼 사물 응시하기, 특별한 사람 찾기, 낙엽 세기 등등.




 늘 "함께 가시죠."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같은 말만 하던 저승사자는 일기를 쓰며 자기 생각들을 모으기 시작하고, 대화하는 법을 익히고, 놀이공원도 가고, 금붕어를 키우기 시작한다. 휴식은 그를 1도씩 변화시켜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휴가는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할 공간과 시간을 주고 있다.

 내게 어떤 기술이 있지? 난 정말 행복한 거야?




 독자들에게 1년간의 안식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라고 질문을 던지며 책은 끝난다. 그러게, 나는 무엇을 할까? 나의 경우는 매일매일 쓰고, 국내 이곳저곳 새로운 곳을 조심스럽게 탐방하고 싶다. 배우고 싶은 것도 참 많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잘 쉬는 법"을 배우고 싶다. 





 몇 년 전 명상센터에서 휴식은 집에서 가만히 있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배운 후, 쉬는 날에는 내 마음의 풍경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움직인다. 걷잡을 수 없는 내 마음이 순식간에 나를 괴롭게 하는 과거나 너무 먼 곳으로 떠나버리지 않도록 주의에 신경을 쓴다. 우리는 늘 일하는 법, 종착지까지 열심히 달리는 법을 배워왔으나 가장 중요한 건 잘 쉬는 일인 것 같다. 지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우리의 삶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책 자체도 귀엽고 좋았지만, 요즘 주위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스럽다. 나조차도 밀려오는 일 때문에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치밀어오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쉬면서도 불안하지 않기 위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결코 쉬지 않는 죽음"을 어이없이 일하다가 맞지 않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내 삶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었다.
그게 내 일이었다 ― 그게 나였다 ―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내가 배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다른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리고 '웃음'도 중요하다. 나는 사람들을 멀리하기보다는 가까이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하하).
어쨌거나 시간은 짧다. 그래서 나는 잘 해낼 거다. 
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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