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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an 17. 2021

[책을 담은 편지]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안온한 일상을 위한 겨울나기 : 이불과 귤, 그리고 책 

"알렉산드르 로스토프는 과학자도 아니고 현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순넷이라는 나이를 먹은 그는, 인생이란 것은 성큼성큼 나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은 현명했다. 인생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의 능력은 흥하다가 이울고, 우리의 경험은 축적되며, 우리의 의견은 -빙하가 녹듯 매우 느리지는 않다 해도 적어도 천천히 점진적으로-진화한다. 소량의 후추가 스튜를 변화시키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올스 저




 안녕하세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쏜살같이 가버렸을 2020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12월을 함께할 책으로 에이모 토올스 작가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를 들고 왔습니다.



  무시무시한 추위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 만큼 겨울날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읽기에 좋은 책이에요.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오도가도 못하고 방에 있을 지금의 우리에게 알맞게 된 것은, 바로 소설 속 주인공 알렉산드르 백작이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 종신연금형을 선고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백작은 평생을 연금 상태로 지내야 하는 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이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궁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19년이었는데도 가장 인상깊은 문장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실내에서 안전하면서도 든든하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하여, 또 지금만 누릴 수 있는 이점을 모두 누리기 위하여 저는 크고 작은 시도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처음 드리는 이 편지도 그런 시도들 중 하나예요. 




   한동안 소설을 멀리하던 제게 다시금 소설 읽는 재미를 알게 해준 이 책은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아 읽게 되었어요. 낮에 일을 하다가도, 속상한 일이 있어도 괜찮아, 집에 가면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을 수 있어,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거든요. 결코 얇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며 '이 소설 속 인물들과 같은 속도로 호흡할 수 있게 되며, 그렇게 현실은 모두 잊은 채로 소설 속 세계를 배회하다가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고 당시 책을 처음 읽던 제가 다이어리에 적어놨더군요. 그 마법같은 순간들 때문에 자꾸 소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선물이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이렇게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연말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까운 지인에게 마음을 담아 전하는 선물일텐데요, 저는 이미 가족에게 줄 선물로 맛있는 케이크를 사려고 마음을 정해두었습니다. (연말 분위기를 내는데는 케이크만 한 게 없지요.) 




  소량의 후추가 스튜를 변화시키듯, 여러분의 지난 매일매일이 어떻게 여러분을 변화시켰을지, 다가올 2021년은 또 어떻게 여러분을 변화시킬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서서히 펼쳐지는 여정에 [책을 담은 편지]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일주일 정도 남은 2020년을 마무리하며,


 2020년 12월 21일,

 박정은 드림.







 책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책을 담은 편지]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6시,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들어 좋은 책에서 얻은 따뜻한 위로를 나눌 예정입니다.  편지를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다음 구독하기 버튼에서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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