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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Mar 28. 2021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추천 후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얼마전 크게 앓은 뒤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프기 전에는 깜깜한 영화관에 갇혀서 마스크 낀 채 몇 시간을 앉아만있는게 끔찍하게 생각하던 나였건만, 이제는 영화관에 가는 여정마저 벅차게 느껴졌고, 집에 있으면 필시 그 소중한 시간을 낮잠과 약간의 독서, 많은 스마트폰 서핑으로 흘려보낼 것이 뻔했기에 조조로 영화를 보러 갔다. 실은 조금 늦은 시간으로 보려 했으나, 지금 상영하고 있는 영화들 중에서 꼭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자막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정도 전부 조정해야만 했다.




 나는 영화 내용을 미리 알고 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하나도 몰라야만, 최대한 아무것도 몰라야 진정으로 그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서 단지 얼마나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는지 열심히(그리고 철저히) 찾아본 후에야, 그것도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특별히 권장되는" 영화일 경우에야 영화관으로 향한다. 이런 내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보았다면,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은 제목과(이국적인 "라야"와 드래곤의 조합이라니, 너무나도 십대 초반 관객들을 겨냥한 제목같지 않은가!) 포스터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본 사람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는 말과 같다.




 만약 아직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요즘 볼만한 영화가 있나, 그것도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서 꼭 보는 것이 이득이 되는 영화가 있나 고민하고 있다면 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영화 스코어도 굉장할 뿐더러, 큰 스크린을 볼 때 마구 벅차오를 만한 영상이 풍부하니까. 나는 <모아나>보다도 훨씬 좋았다. 그렇다면 간략하게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 영화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강력하고 용감한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이다. 주인공인 라야뿐 아니라 조력자인 드래곤과 라이벌 모두 전부 여성이다. 이들은 모두 언제나 현명하거나 선하지 않을 뿐더러 전형적인 "디즈니 프린세스"도 아니다. 압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눈이 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사랑스러운 그들에게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라야는 그동안 디즈니에서 등장했던 어떤 주인공보다 더 이입할 수 있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외양을 가진 여성 주인공이었다.




 둘째, 독특하면서 굉장히 신나는 스코어와 영상미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다섯 부족의 특징이 생생히 살리기 위하여 화려한 색채와 이국적인 스코어가 사용되었다. 주인공 라야가 이 부족의 땅을 모두 다니며 드래곤이 남긴 마법의 돌, 젬을 찾으러 다니는 게 주 스토리이기 때문에 스릴 넘치면서도 흡입력이 있다. (이 면에서는 <주토피아>와도 닮아 있으나, 정치적으로 공격할 거리가 보다 적도록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더욱 높이 사고 싶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한 드래곤의 외적 모습에 익숙해지면, 그들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채로 라야 못지 않은 드래곤 너드가 되어버릴 것이다.




 셋째,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스토리 라인이 매력적이다.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흠이 될 수도 있을만한 특징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하나둘씩 쌓아가나간 설정들이 마침내 의도했던 효과를 내는데 크게 성공하고 만다. 그때의 전율이란!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걸 정말이지 추천한다. (휴지도 함께 챙기는 것이 좋다. 상당히 감동적이니까.) 




 영화 시작 부분은 흡사 <매드맥스>와도 같다. 정체불명의 바퀴를 타고 황폐한 땅을 달리는 한 명의 전사, 라야는 "심장의 땅" 족장 벤자의 딸로서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한때 하나의 땅, 쿠만드라로 불렸으며 드래곤이 수호하던 이 곳은 현재 심장, 송곳니, 척추, 발톱, 그리고 꼬리 부족으로 분열되어 버렸다. 대부분의 부족민과 드래곤은 돌이 되어 버렸는데, 이것은 드룬이라는 인간의 불신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 모든 것을 돌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라야의 아버지는 하나의 쿠만드라로 다시 돌이키려고 애쓰나, 라야가 믿었던 송곳니 부족의 친구, 나마리의 배신으로 인해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그 자신 역시 돌이 되어버린다. 이 사건으로 마지막 드래곤인 시수가 남긴 마법의 돌, 젬 역시 다섯 개로 분열되어 각각의 부족이 가져가고 만다. 뿐만 아니라 서로 더욱 적이 되어 라야는 인간에 대한 크나큰 불신을 갖고 마지막 드래곤, 죽었다는 시수를 찾아 나서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 영화는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문제, 나의 믿음을 저버린 사람을, 또 세상을 어떻게 다시 믿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어쩌면 순진하고 답답하고 바보같은 이 믿음이 실은 진정한 삶에 이르도록 만들어주는 마법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인물들과 이야기로. 




 +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오프닝에 나오는 단편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도 살짝 울었는데, 진정한 삶과 눈 앞에 펼쳐진 나의 현재 삶을 포용하기 위해 필요한 용기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에서 본 영화와도 연결된다. 이 영화를 놓치면 너무 아까우니, 절대로 지각하면 안 된다!



+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특별히 감동적인 몇 장면이 있다. 라야와 싸우던 나마리가 라야를 구하러 온 드래곤 시수를 처음으로 보고 경이와 놀라움에 가득 차서 눈물이 고이는 장면, 그리고 헤엄을 잘 치는 것만이 유일한 재능인 시수가 뛰어난 형제들의 마법이 담긴 젬을 받고, 그 믿음으로 특별한 마법을 해낼 수 있게 된 장면이다. 시수는 회상한다, 왜 나였을까,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서로의 믿음으로, 그리고 그 믿음을 쌓기 위해 거쳐온 그 여정들로 인하여 서로에게, 또 자신으로서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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