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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pr 04. 2021

시크릿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킹크 : 실존적 변태 수업>을 읽고

궁극적으로 세상은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의 투사에 불과하다.

  ― <마하무드라의 장엄한 인장 1권>



 이런 식의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요즘 내게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시크릿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킹크>는 시크릿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왜 내가 바라는 것들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작년에 트랜서핑 시리즈를 읽은 이후로 시크릿에 완전히 꽂혀있기 떄문에, 관련된 서적을 하나하나 독파해나가고 있다. <킹크> 또한 시크릿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부제는 충격적이게도 실존적 변태 수업. 내가 생각하는 그 변태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맞았다. 표지도 꽤 시선을 잡아끌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검은 복면을 입은 여성의 얼굴 정면이 아주 크게 프린트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흥미진진하고 직설적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집 밖에서 당당히 책의 제목과 표지를 내보이며 읽게 될 것이다. 얼마나 이 책을 신뢰하고 읽어나가느냐에 따라서 충격적인 깨달음을 받을 것이고, 또 뒷장의 내용을 얼른 읽고 싶어질 테니까.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부자가 되고, 완벽한 파트너를 만나 이상적인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원하는 직장에 다니도록 시크릿을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무의식 중에 현재의 불행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마주하는 악당같은 인간들과 직무상 겪는 어려움, 돈 문제 등등 모두.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무의식이 원하는 불행을 끝낼 수 있을까? 책에서는 여러가지의 방법을 제시하는데, 궁극적으로는 지금 펼쳐지는 인생의 드라마를 즐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열렬히 자신의 성취를 축하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보아야만 했다. 내게 닥쳤던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내가 무의식적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는 것 말이다. 실은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나는 이전 직장을 너무도 간절하게 그만두고 싶어서 계속해서 더 끔찍한 일들―사기, 상사의 갈굼, 질병―이 내게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자, 이만큼 힘들었으니 이제는 그만둬도 좋다는 의식의 확신을 얻어내기까지 무의식이 애쓴 것이다.




 그 이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직장생활이 힘들기를 나는 바랐었다. 필히 나의 직장생활이 고통이 충만할 것임을, 또 죽어라 일하고 사람들에게서도 상처받을 것임을 나는 예상했다. 그 매혹적인 불행의 드라마를 너무도 원했던 것이다. 한편으로, 내게 그저 평탄하고 행복한 인간관계와 높은 업무 수행능력으로 인정받는 나 자신을 도무지 그려볼 수 없기도 했다. 내 소유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킹크>는 저자도 경고하듯, 현재 심한 우울감을 겪고 있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단계에 들어선 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마음에 가득 차있고, 어쩌면 충격적일지 모를 자신의 진실을 들여다볼 용기가 있는 이들에게 권한다. 특히 어떤 사건뿐 아니라,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언행도 모두 내 무의식이 원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당신이라는 꿈 캐릭터가 이 물직적 차원에서 어떤 의식을 갖고 사는가는 이 깨어 있는 삶이라는 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깊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저자는 내가 극도로 싫어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인물에게서 나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지 않는지 묻는다. 나와 다른 이가 외따로 떨어져있지 않다는 사실, 나는 수면 아래 잠겨있어서 몰랐을 뿐, 하나의 섬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연결된 일부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런 내용 때문에 더욱 <킹크>가 좋았다.(처음에는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내 현실을 외부에서 닥쳐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나의 일부라는 걸 알려주어서.




 내가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드라마를 얼마나 절절히 원했던지, 내가 의식적으로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깨달았다. 그리고 삶에서 오직 기쁨과 쾌락만이 아닌 불행과 결핍마저 원하는 내 자신이 더욱 마음에 든다. 인생은 돌고 돌지만 결국 나의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라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의 여정에 계속 함께 할 나를 더 잘 알고 받아들이게 되어서 좋았다. 소장하고 여러 번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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