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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May 29. 2021

주식하는 즐거움

요즘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 10. 주식


 얼마 전부터 주식을 시작했다. 이 재미를 왜 진작에 몰랐을까? 결국 자본주회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자본이다. 나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도 계속 예금과 적금만 미련하게 알았던 데다가, 연말정산 혜택을 위해 들고 있던 연금저축펀드도 수익률이 1% 미만이었다. 당연하다, 매우 매우 안전한 상품만 들었으니. 불로소득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큰 돈은 화를 부른다고 믿는 데다가, 주식했다가 인생을 말아먹은 사람들 이야기를 귀신같이 주어듣고 내게 말해주는 부모님 탓도 있고, 리스크는 조금도 감수하고 싶지 않은 내 성향 탓도 있다. 내 것이 아닌 것에는 관심이 조금도 없지만, 일단 내 손에 들어온 것은 꽉 움켜쥐고 단 1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욕심, 이것이 나를 이율 2%대의 예적금에만 머무르게 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나? 잃어도 되는 돈으로 시작하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돈이 없다고, 한 푼도 아쉽다고 말하던 내가 통이 커진 이유는, 갑자기 목돈이 생겨서도 아니고, 내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느니 지금 이대로에 머물러 있겠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변한 것도 아니다. 다만, 책과 팟캐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경험담, 조언 등을 통해서 나만의 기준과 원칙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한참 진행 중이지만.




 잃을 수도 있다. 나의 판단, 그리고 진입 시점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나의 경험으로 쌓이며, 이것으로부터 배우고 다음에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주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세상을 보는 나의 시야를 완전히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는 인생에서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내 최대의 관심사, 바로 내 인생의 지평선을 넓히는 일에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한동안 멀리하던 경제 팟캐스트를 다시 듣고, 투자에 대한 고전들을 꾸준히 찾아 읽게 되는데, 상경대 출신이라 경제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던 나는, 이게 이렇게 재밌을 일이었나, 이 재미를 왜 이제야 알았나 후회가 될 정도이다.




 일단, 직장인은 주식하는 걸 추천한다.(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추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평일(곧 영업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를 만들 수가 있으며, 빨간 불이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을 직장에서 웃게 해주는 유일한 낙이 될 수 있다. 또한, 돈 나갈 곳은 계속 생기는데 들어올 곳은 정해져있으므로 생기는 초조함, 분노 같은 걸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만으로는 부자가 되는데 한계가 있으며, 그래서 영영 직장인으로 남을 것만 같은 나의 미래도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여유자금을 창출할 수 있는 별도의 합법적이고 건전한 수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도 큰 도약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성공의 원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투자의 대가들의 의견을 (아직 많이 수집하지는 못했으나) 들어보면, 자기만의 원칙을 가질 것,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도망가지 말고 발전의 토대로 삼을 것,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 것, 모든 종목에서 돈을 벌 필요는 없다는 것 등등이 있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어서 주식으로 돈을 날리기 쉽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세상에는 꾸준한 공부와 기본적인 원칙을 통하여 계속 돈을 버는 사람도 분명 있었다. 그래, 주식은 분명 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식으로 돈을 벌고, 반면에 주식으로는 돈을 못 벌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주식에서는 돈을 못 벌고 부동산으로만 돈을 벌게 된다는 것. 마음가짐이나 태도, 믿음 같은 것이 분명 여러 방면으로 현실에서 작용하여 생각이 실현되도록 빚어내는 것이 무서울 정도이다.




 요즘 달란트 비유에 대해서 줄곧 생각한다. 주인이 맡기고 간 달란트를 한 사람은 땅에 묻어둔 반면, 다른 두 사람은 사업과 장사를 해서 수익을 내었더니, 돌아온 주식이 땅에 달란트를 묻어둔 사람을 벌하여 쫓아낸 이야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분명 땅에 묻어두었다가 쫓겨나는 하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고, 달란트를 영영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벌이 너무 가혹하다 싶었다.




 주식은 이제라도 시작했다만,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뛰어드는 것, 이것을 내 인생 전체로 적용하는 태도로 삼기에는 아직 내 안에 두려움이 많다. 발을 한 발 내딛었는데 내가 있던 곳이 낭떠러지 끝이었던 것을 발견하게 될까봐, 내 한계에 가로막혀 주저앉아 후회할까봐, 내게 지금 있는 것마저 잃어버릴까봐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채로 그냥저냥 중간만 주구장창 가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안에 있는 것, 그것을 모두 꺼내보이고 싶다. 내 한계까지 가서, 그 한계를 계속해서 넓히는 사람이고 싶다. 어쩌면 해답은 가장 단순한 데 있는지도 모른다. 주식과도 똑같이, 모든 것은 작고 가볍게 시작하기, 창대한 끝에 대한 기대를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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