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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May 31. 2021

<크루엘라>, 이 야망과 재치가 넘치는 영화를 보고


  어제 <크루엘라>를 봐야겠다는 갑작스런 충동이 생겨 오후에 급히 예매를 했다. 예고편은 절대 안 보지만 후기는 무수히 참고하는 나는, 후기 중에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는 코멘트가 있는 걸 보고 내게 필요한 영화라는 걸 확신했다. 내가 알기로는 악역인 크루엘라가 내게 어떤 영감을 줄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크루엘라>는 주인공 에스텔라가 어째서 크루엘라라는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의 성장 일대기를 따라며 보여준다. 남다르고 재능있는 아이가 더 사고칠까봐, 패션 디자이너라는 오랜 꿈을 꼭 이루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타고난 재능과 그에 맞는 야망, 그래서 요행과 필연으로 그의 꿈에 뚜벅뚜벅 가까워지는 크루엘라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긴박감 넘치는 스코어와 눈이 황홀한 패션들이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한다. 두 엠마의 연기 또한 거의 영화를 새로 빚어냈다고 할 만큼 멋지다.




  잊을 수 없는 명대사들이 있다. 주로 크루엘라와 쏙 닮은 백작 부인이 한 말이다. 재능이 있으나 아무도 모르게 스러져가는 이들은 너무 많다. 다만, "문제는 너에게 킬러 본능이 있"냐는 것. 물론, 크루엘라에게는 킬러 본능이 있었다. 가족을 하나씩 잃고 자기 손으로 없애버린 그의 어머니와는 달리,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기만의 가족까지 만들 수도 있었다.




  덕분에 다른 중요한 교훈도 더불어 얻었는데, 역시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이 필요하다는 것, 크루엘라가 아무리 비범한 인물이라도 그를 앞에서 끌어두고 뒤에서 밀어주는 가족같은 이들이 없었더라면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원작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크루엘라는 원래 대단한 악역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고, 결국은 손에 넣고 마는 이 크루엘라가 사랑스러웠다. 정말, 열심히 살고 싶을 때 보기 딱 좋은 영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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