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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14. 2021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그럼에도 희망을 말하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보고 왔다. 1편은 집에서 넷플릭스로도 꽤나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2편의 개봉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본 사람들의 후기와 마찬가지로, 1편을 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그러나 1편을 미리 볼 수 있다면 물론 더욱 좋다), 1편보다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돌아왔다.




배우들의 연기, 사운드, 영상미, 각본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어 될 수 있으면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서 보아도 몰입감이 떨어질 작품은 아니지만, 극장에서 보면 재미가 배가 될 작품이다.




2편은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첫 날, 즉 "that day"에서부터 시작한다. 야구 게임을 하던 평범하고 평화롭던 날, 소리를 쫓아 움직이는 괴물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쓸어버리면서 엄청난 희생자가 생기기 시작한 날. 그리고 곧바로 현재로 넘어가는데, 에블린이 갓 태어난 아이를 비롯한 세 자녀를 데리고 멀리 보이는 횃불을 좇아 떠나며 시작한다. 새로운 아이를 낳고 남편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은 채로, 오로지 살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그들은 도착한 장소에서 옛 이웃이었던 에밋을 만나지만(너무 좋아하는 배우이건만 안타깝게도 털로 얼굴의 반 이상이 덮여 있었다), 그는 아내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절망에 사로잡혀서 그들에게 떠날 것을 종용한다. 이 작품을 움직이는 것은 아버지가 품고 있던 희망, 즉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 재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험해보려는 첫째 딸 리건이다.




나는 리건이 단독으로 잡히는 모든 장면이 좋았다. 홀로 높은 곳에 올라가 먼 곳의 횃불을 바라보며 위치를 가늠하는 장면, 붕대를 칭칭 감은 상처투성이 발로 기찻길을 따라 혼자서 모험을 떠나는 장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여 무릎을 꿇고 절망하는 장면 등등. 그는 아버지의 가장 좋은 점을 쏙 빼닮아서, 주도적이고 영리하면서도 어느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나는 역시 이런 인물이 좋다. 희망을 높게 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기대와 계획들이 무너져서 슬퍼할 줄도 아는 인물, 그러나 언제나 낙관적인 태도를 지녔으므로 방법을 찾아내는 인물.




이 영화는 미래는 아이들의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신호임을 알아차린 이 영특한 아이, 리건은 결국 자기 자신과 다른 모든 이들을 구해내고 만다. 늘 숨 죽이고 조심조심 걷고, 잘못해서 큰 소리를 내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 도망가던 리건과 동생 마커스가 괴물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한발 한발 다가서는 그 결연한 표정이 너무나 좋았다.




그밖에도 영화에서 사랑스러운 장면이 너무 많은 나머지 한번 더 보고 싶을 정도다. 에블린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검지 손가락으로 아기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장면, 배를 타고 섬에 당도해 그들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소리를 내고 이웃들과 어울리는 일상을 맞닦뜨리는 장면, 사건이 시작되던 그날 물어봤던 수화를 이용하여 고비를 넘기는 장면 등등.




괴물은 내가 생각하기에 청각에 굉장히 민감하고, 그래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내는 모든 것을 공격하는 듯하다. 결국 분노와 고통의 뿌리는 하나이며, 우리는 존재의 불안함을 느낄 때 분노한다. 그러니, 위기 상황에서 늘 그렇듯, 에블린이 아들에게 당부하듯, "Breathe", 심호흡을 하고, 모든 해답은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고 긴장을 푸는 수밖에.




극한 상황을 설정한 작품들이 흔히 그렇듯,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삶의 정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보지 못한 저 너머의 희망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도움을 주려고 행동할 때 결국 도움을 받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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