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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29. 2021

드라마 <마인>, 자기 것을 당당히 손에 넣는 여성들


드라마 <마인>을 어제부로 다 봤다. <괴물> 이후로 볼 만한 드라마를 찾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특유의 유머코드가 있어서 웃기도 많이 웃었고, 굉장한 재벌가인 효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므로 의상이며 궁궐같은 집, 남다른 라이프스타일 등을 구경하는 눈이 즐거웠다.



재벌가 효원의 저택은 회장님 부부와 큰아들 부부가 사는 카덴차, 막내 부부가 사는 작은 집 루바토로 이루어져 있으며, 카덴차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 즉 막내아들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캐면서 전개되는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두 여성, 튜터 강자경과 메이드 김유연이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초반에 엄마가 내가 보던 드라마를 한참 같이 보던 중, 한 마디를 했다. 왜 여자들만 나오냐고. 그렇다, 이 드라마는 전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이 네 여성이 어떻게 서로를 지킴으로써 자신이 욕망하는 것, (속인들의 생각과 달리)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을 손에 얻고, 자신이 속해야 할 곳에 있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 이 네 여성이 각자 다른 상황과 처지, 심지어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또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게 되는지.



이 드라마를 특히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나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인물 개개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섬세한 대본이다. 서희수의 남편과 아들을 가로채려고 들어왔던 강자경이나,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녹화하고 녹음하는 주집사, 돈을 주고 사람을 죽이도록 사주한 첫째와 막내 아들, 200억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달아나려고 했던 메이드들 등, 흠이 있고 양면적인 인물들을 미워할 수 없게 되는 것은 그들 모두가 생생히 살아있기 떄문이며, 우리가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도록 속속들이 관찰해왔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드라마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가 확연해진다. 네 여성들은 세상의 반대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욕망하던 바를 마침내 쟁취해낸다. 그들은, 행복할 뿐만 아니라 편안해 보인다. 마침내 자신의 본능이 말하는 그곳에 도달했기 때문에, 온갖 어려움과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알았기 때문에. 이 사랑스러운 여성들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서로를 지켰기 때문이었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스스로를 구원하게 되는 이 멋진 드라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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