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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05. 2021

추억을 곱씹는 즐거움


왜인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부터 자꾸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알림이 온다. 주로 2년 전에 촬영한 사진을 알려주는 건데, 이걸 왜 내게 보여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작 2년 전임에도 직장도 몸과 마음의 상태도, 온통 빠져있던 대상도 전혀 달랐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무한한 향수에 젖어든다. 그때는, 내가 아직 누군가와 함께 있었을 때라고. 그때는 몰랐지만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애정과 배려를 참 많이 받았었다고.



왜 어떤 행복은 나중에야 알아차리게 되는 건지. 어쩌면 인생은 끝없는 오르막길이면서도, 누군가의 말마따나 가까이 있을 때는 꽤 오름직한 평지로도 보이는 것이고, 뒤를 돌아보면 지금껏 거쳐왔던 길이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멋진 풍경을 지니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오랜만에 노션으로 일기를 쓰려다가, 또다른 과거의 흔적을 발견했다. 정확히 1년 전쯤, 12주간의 아티스트 워크숍을 진행했던 때. 내 과거 행적을 더듬다보면, 너 참 열심히 살았구나,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또 나를 사랑해보려고 발버둥을 쳤었구나 깨닫는다. 그때는 사랑하지 못했던 나를 다시금 보듬아주는 것, 과거의 나는 기억보다 훨씬 사랑스럽다는 걸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추억을 곱씹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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