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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07. 2021

애정을 쏟아붓는 일


주말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다음주를 맞이하기 전에 정리할 마음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서 가라앉지를 않은 탓에, 계속 걷거나 뛰었다. 내 선택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펼쳐질 내 인생과,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내가 거쳐왔던 길과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작년 말부터 한동안 놓을 수 없는 과거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곱씹고, 후회를 했던가. 더이상은 내 마음을 나만 간직한 채로 가라앉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바닷가에 놀러가서, 떠나기 전 가장 예쁜 조개 하나를 기념으로 주어가자고 다짐하면 흠이 없는 조개를 찾기가 갑자기 어려워진다. 나는 늘 사람을 모가 나지 않은 조약돌 고르듯, 고르고 또 고르고 이리저리 재다보면 나를 절대 상처주지 않을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충분한 시간을 공유한 끝에 확신이 들면, 그제서야 내 마음 곳간에 잔뜩 쌓아놨던, 나만 아는 감정들을 조금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나는 애정 표현에 너무도 인색한 사람이다. 좋아도 아닌 척, 내 마음을 잔뜩 끌어안고 틈을 보이지 않으려 애쓴다. 관계에서의 우위를 선점하고, 약자가 되지 않으려고. 그러나 올해 내 모토는 무엇이었던가? 쪽팔릴 일을 많이 만들기. 이리저리 많이 깨져보기.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있지 말고, 커다란 실패든 낭패든 당해보기.




나는 실사 <신데렐라> 영화를 참 좋아한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배우가 출연하기도 하지만, 몇몇 구절이 내 마음에 박혀서 틈만 나면 꺼내서 음미하게 된다. 문자 그대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의미의 대사들이다. 그때 신데렐라가 그토록 고통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혼자 숲속으로 달려가서 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왕자를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대면해야 되는 때가 오며, 그것이 바로 진정한 모험이라고.




요즘 읽고 있는 <E3>라는 책이 반복해서 말하듯, 매일 기적이 펼쳐지는 한 주가 되길. 매일 새로운 모험을 떠날 수 있는 나를 믿는다. 결국은, 내가 지닌 애정을 아끼지 않고 쏟아붓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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