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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19. 2021

사적인 기록을 계속하기


요즘 100일 글쓰기를 이어가면서 자연히 나 혼자만 보는 일기쓰기에는 한동안 소홀했었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나만 볼 수 있는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씩 깨달았고, 결국은 며칠을 거르더라도 일기장에 내 온 마음을 풀어놓게 된다. 추한 마음, 남에게는 보일 수 없는 마음, 낯부끄러운 마음, 남들이 보고 싶지 않아 할만한 날것의 마음들을.



처음에는 일기쓰기란 참 무용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몇 달 지나면 사라질 사념과 감정을 왜 담아내어야 하나 알 수 없었고, 종이에 글을 쓰는 행위는 특히나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 시간에 책을 더 읽는 게 낫겠다 싶었지.



그러나 성공한 이들, 정신과 전문의들, 내가 존경하는 몇몇 어른들이 내용과는 관계 없이 일기쓰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마음을 백지에 쏟아내고 들여다보고, 그저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건강해지고 삶에 반질반질 잘 닦은 듯 윤기가 난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어디에도 털어놓을 곳 없는 내 마음을 모조리 옮겨 쓸 일기장이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계속할 수 있는 행위, 일기쓰기가 내 일상 한 켠을 단단히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뿌리가 더 단단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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