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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21. 2021

요즘 볼 만한 사진전 추천

하워드 소추렉(1924-1994)은 늘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나는 기사를 마무리할 때마다 이제야 뭔가를 배웠고 비로소 작업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라이프 사진전 : The Last Print>





별 관심은 없었던 <라이프 사진전>의 후기가 꽤 좋았다. <라이프 사진전>이라는 게 라이프 매거진이라는 사진잡지에 게재되었던 사진을 선별하여 개최하는 전시회라는 것도 현장에 가서야 알았다. 현재 광화문역 8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기간은 8/21(토)까지이다. 오디오 가이드는 무료이고, 사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가볼 만한 전시이며, 요즘 서촌에 다른 좋은 전시회가 열려 있으므로 묶어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진전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역시 사진이란 그림과는 참 다른 방식으로 감상하게 된다는 걸 묘하게 실감했다. 이를테면,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보고 마음에 꼭꼭 새기거나, 흑백사진임에도 내가 닮고 싶은 인

물의 눈빛 속에서 형형하게 보이는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같은 것을 보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울림을 준 것은 사진작가의 작업하는 마음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세상에 진실을 알리기 위하여 때로는 목숨을 걸었고, 사진이 아니면 아무도 모른 채 잊혀졌을 존재의 순간을 포착하였다. 렌즈를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만의 시야로 잡아채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그 과정에서 어떻게 대상의 영혼과 품성을 함께 담아낼 수 있었을지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던 영상과 사진에 대한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것은 사진작가와 피사체의 오랜 시간과 시도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거나, 찰나의 순간을 위해 인내했던 사진 작가의 노력과 재능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좋았던 기획은, 작가 김연수, 김초엽, 그리고 시인 박준이 사진을 보고 꿰어낸 이야기들을 도록으로 만들어 판매할 뿐 아니라, 오디오 가이드로 몇 편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역시 내가 처음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너무나 감명 깊게 읽고 천재라고 생각했던 김연수 작가가 빚어낸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이런 작가들을 볼 때면 어쩌면 소설가란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조용히 절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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