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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28. 2021

내 안의 꼰대스러움과 개심의 계기, <시간여행>

<시간여행>, 에스더, 제리 힉스 저


젊은 꼰대, 그게 바로 나다. 연차가 쌓일수록 모든 직장인은 필연적으로 꼰대가 된다.



첫 직속후배가 들어왔을 때는 그냥 다 예쁘고 엄청 잘해주고 싶었는데, 그건 내가 아닌 그 친구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 알았다.



점심시간이라지만, 다른 부서보다 점심을 20분은 일찍 먹으러가는데 혼자 1시가 넘도록 밖을 쏘다니다가 그제야 들어오는지, 그러면서 왜 또 양치하러 짐 챙겨서 나가는지, 인사도 전화를 당겨받는 것도 간헐적으로 하며, 업무상 자리를 비우는 것도 말도 없이 혼자 휙 사라지는지, 업무에 문제가 생긴지 두 달이 넘었는데 전임자인 나에게 물어보고 문제를 해결할 생각 없이 똑같은 방식대로 하는지, 잘못 걸려온 전화 하나 처리 못해서 대신 해결해줘야 하는지, 윗사람들이 자리를 비우면 30분 넘게 자리를 비우고는 실실 웃으면서 과자를(그것도 내가 채워놓고 내가 꺼내놓는 그 다과!) 집어서 돌아와서 까먹는 게 이렇게 꼴보기가 싫을 수가 있는가.



밤새 잘해줘야지, 다짐을 수백 번 하고 다음날 하는 것을 보면 다시 화가 치솟는다. 내가 혈압이 높은 사람이 아닌데, 이것도 참 재주다 싶다. 뭘 알려줘도 절대 그대로 안하고 오히려 눈을 부라리는 그 태도에, 더이상 말도 섞기 싫고 힘들어서 꾹 참았다가 집에서 울고, 자다가 새벽에 깨서 울기도 했다. 이렇게 심한 스트레스, 강도 높은 미움은 처음으로 품어본다. 잘해주고 싶은데 잘해줄 수 없어서 가장 힘들다.



아, 여기까지도 화가 났을 때 써둔 글이다. 요즘 에스더, 제리 힉스의 <시간여행>을 읽으며 마음을 고쳐먹고 있다.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해가 쏙쏙 잘 되고 주인공 사라에게 이입도 되는 <시간여행>은 마음의 비밀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나는 언제나 행복의 수도꼭지를 열 수 있다. 후임이 무슨 행동을 해서 내가 화를 내든,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할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자동 반사적으로 나오는 나의 첫 반응, 이를테면 분노같은 것을 나는 금세 쉽게 조절하고 다시 행복의 물결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날 행복에서 끊어내는 생각을 멈출 수 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주변 상황과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늘 행복을 마음의 등불로 삼는 것, 이것이 내가 지침으로 삼고 싶은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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