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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30. 2021

공원 운동 일지


어제는 달릴 수 있을지 없을지 하루종일 날씨예보를 보며 끙끙 앓았는데, 퇴근할 때만 해도 우산을 쓰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조금씩 내렸던 비가 저녁에는 완전히 멎었다. 노을빛을 머금은 구름이 꼭 꿈결같고, 화요일에 달렸으니 이제 목요일에 달리면 이번주도 주 3회 달리기 연습을 하게 되는 것이므로 기뻤다. 날씨와 내 몸 상태, 회식이나 잔업이 없는 등 이렇게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서 오늘도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엄청난 행운처럼 느껴졌다.



아닌 게 아니라, 7월에는 조금 과장 보태서 반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가 되어 있어 매우 걱정하던 참이었다. 게다가 월요일에 달리기 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달릴 채비를 다 해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공원은 날씨와 내 몸 상태만 괜찮다면 매일 나가지만, 그 매일의 즐거움이 다 다르다. 매일이 새롭다.



더위가 적당히 가신 초여름,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서 대부분의 길이 그늘지고 꽤 선선한 우리 동네의 공원은 천천히 달리면 10분에 한 바퀴를 뛸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 습기 섞인 선선한 바람, 달리는 강아지들에게 자꾸 시선을 빼앗기며 달리다보면 이것이 인생의 행복이라는 생각, 내게도 장장 9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 외에 주체적이고 멋진 나만의 삶이 있다는 걸 비로소 증명해내는 것 같다.



나처럼 정적인 사람을 본 적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놀랄 만큼 차분하다는 얘기는 질리도록 들었다. 나

는 보기에도 그렇고 스스로도 잘 알듯이 사고형 인간이고,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재빠르게 대응하는 데 굉장히 미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운동이 더욱 필요하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특히 오늘처럼, 내 주위 사람들은 너무도 사랑스럽고 내게 친절한데 왜 나는 모난 마음을 어쩌지 못해서 상처를 주고 마는지, 두껍게 쌓아올린 허술한 벽 뒤에 숨어 혼자서 고민만 하는지 스스로를 자꾸 타박하게 될 때, 나를 사랑하기가 어려울 때, 정신없이 숨이 가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면 마음이 좀 풀린다.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을 때 몸을 움직여서 머릿속을 비워내는 것, 내가 찾아낸 최고의 처방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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