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가고 싶은 마음

예전 회사에 있을 때, 왜 내게 대학원에 가지 않았냐고 묻는 상사가 있었다. 넌 딱 대학원 체질이라는 말이, 회사 체질은 전혀 아니라는 말로 들려 마음이 콕콕 찔렸다.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공부를 계속 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이런 질문을 한두번 들어본 게 아니라서 가볍게 넘기긴 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은 계속 남아있었다. 나도 학업을 더 이어가지 않은 것을 두고 스스로를 계속 추궁해왔기 때문이며,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그림자마냥 날 졸졸 쫓아올 모양이다. 지금도 공부가 너무 하고 싶다. 하지만 대학원을 가지는 않을 것 같다. 갈수록 나는 제도권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는 맞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 발을 딱 붙이고 서있기 어려운 나의 기질상, 책을 펴놓고도 수없이 펼쳐지는 상상 속 세계를 마음껏 유영하다가 지칠 쯤에야 현실로 돌아온다.

내 머릿속에 지식과 지식에 이르는 과정을 축적하는 일, 상당한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 머릿속에서 곱씹고 곱씹다가 마침내 해답으로 이르는 과정 등을 사랑하지만, 실은 꿈결같은 세상, 머리의 반은 구름 속에 잠겨 있는 나, 꿈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내가 더 진짜 모습에 가깝다.

고등학교 시절, 책을 비롯해 공부보다 더 흥미있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공부만 했던 그 세월을 나는 뼈저리게 후회한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겠지만, 공부가 전부가 아니고 인생이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란 걸 알아버린 이후로는 두번 다시 하루에 장시간을 홀로 책상 앞에만 앉아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못 할 것 같다. 직장생활의 즐거움이라면 그런데 있는 것 같다. 함께 일하고 움직이고 협력하고 배려하고 투닥거라고 성대모사는 늘고 골치 아프고 배신감에 몸을 떨기도 하나, 함께라는 것.

내가 가진 가능성을 마음껏 탐구하면서도 여전히 여유로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힘, 24시간 공부와 과제, 시험에 대한 압박으로 마음 편히 쉬지 못하던 버릇을 고칠 수만 있다면, 언젠가 다시 학업을 이어나가고 싶다. 하고 싶은 공부가 분명히 있는데, 그것 외에 모든 것을 끊어내야 할 상황이 오는 것이 두렵다. 내 일상을 지탱해주는 수많은 소소하고 큰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할까봐. 결국 선택의 문제일텐데, 나의 다른 삶과 학업 중에 선택하라면 학업을 선택하는 일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