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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03. 2021

사랑이 내게 속삭일 때


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명상이 내 삶의 일부가 된다면 내 마음을 조금 더 알게 될까.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고, 내가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자꾸만 튀어나와서 요즘 명상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있다. 하긴, 크게 시작할 필요가 없지. 내 호흡에 한 번이라도 집중하는 것, 이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하긴 내가 내 마음을 언제라고 잘 알았던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여도, 깊은 외로움을 사랑으로, 사랑을 고통으로, 외면당한 열정을 분노로 잘못 알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한다. 사실 네 마음은 이거라고 알려주는 기술이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지금, 당신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한계치에 와 있다거나, 그 마음은 사랑이 아닌 깊은 집착과 분노라고 알려준다고 해도 하긴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외면하는 건,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언젠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을 때, 내 감정을 소화할 만큼 자랐을 때가 올 것이다. 지금은 너무 무섭고 혼란스럽고 두렵더라도.



가본 적 없는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 사는 곳은 벗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정에도 그런 영역이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를 깊이 쌓는 일이 어떤 모르는 나라로 떠나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두려울 수 있다. 그래서 영영 뒷걸음질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실은 그 정도의 깊은 감정은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평생을 같이 살면서 애정을 주고 받는 일에 미숙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사람도 있을 테다.



오늘은 임창민 작가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사진과 영상의 결합이 참신한 작품들이었는데, 꽤나 자연스러워서 감쪽같은 작품도, 전혀 이질적인데 그게 묘하게 마음에 와닿는 작품도 있었다. 바다가 내게 밀려오는 작품들이 좋아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기도 했고,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낙엽 지는 가을과 눈 오는 겨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있고 싶은 공간을 마음껏 상상하고 눈 앞에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내게도 있는데, 왜 시나리오에 매인 것처럼 괴로워하고 있었던가. 다음주를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고 왔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 있고 싶고, 어떤 장소로 향하고 싶은가. 나는 사랑이 내게 속삭일 때, 그것이 아무리 미약한 소리여도 귀 기울이는 사람으로서, 전혀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기꺼이 나아가고 싶다. 요즘 읽고 있는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이 내게 도움이 되고 있다. 사랑에는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용기, 내 마음대로 정해두었던 틀을 기꺼이 깨뜨릴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걸 실존했던 인물을 통해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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