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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26. 2021

마음을 종이접기하듯 차곡차곡 접는 일


마음을 접고 있다. 익숙한 일이다. 내가 먼저 데일까봐, 아니면 내가 너무 바보같은 것 같아서 흔히 하는 일. 이제는 내게 맞는 순서도 정확히 알고 있다.



먼저, 마음을 펼쳐놓고 가늠한다. 이때, 내가 가진 마음의 크기를 얕보는 게 중요하다. 이거, 별 거 아닌 거고, 다 내 착각이었을 뿐이라고. 그런 다음에는 이불 개듯 차곡차곡 접는다. 반을 접고, 그 다음 반을 접고, 할 수 있는 한 꽉꽉 눌러 담아서 가장 깊은 수렁 속으로 휙 던져버리는 거다. 여기서부터가 가장 중요하다. 수렁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못 들은 척 무시할 것. 가던 길을 뚜벅뚜벅 가버릴 것.



이제는 샘솟는 애정을 틀어막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아직 때가 아닌가봐. 아니면 나는 겁이 너무 많거나.

실은, 얼마 전에 여기까지 글을 썼었다. 그때 내가 얼만큼 진심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 모든 결심을 번복하려고 이 글을 다르게 마무리짓는다. 나는 바보같아 보일 용기를 감수하려고 한다. 인생의 모든 위대한 일은 쪽팔림을 기꺼이 감수하는 데서 온다.



낯이 팔린다는 것, 부끄러워서 쥐구멍으로 숨고 싶다는 것, 이런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고 안전하고 밋밋한 길로만 걸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위기가 없겠지만, 그만큼 새로 배우고 경험하는 폭도 점점 좁아진다. 그렇게 해서 얻는 거라곤 후회와 미련뿐인 걸 나도 잘 알지 않은가. 나는 현명한 게 아니라, 겁쟁이었고 비겁한 거였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마음에도 통용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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