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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07. 2021

넷플릭스에서 유쾌하게 볼만한 영화를 찾고 있다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를 보고


레이첼 맥아담스와 윌 페렐이 주연으로 나오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를 봤다. 나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한심한 인물들에, 개연성이라고는 없는 무지막지하게 유치한 스토리 전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장면과 대사들, 그러나 작품 전반에 흐르는 단순한 보석같은 메세지, 꽉 닫힌 해피엔딩 스토리다. 매우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이런 영화들로는 <알로하>, <6년째 약혼중>, <아는 여자> 등이 있다.




일단,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 영화이다. 주인공 라르스와 시그리트는 아이슬란드의 아주 작은 마을 출신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꿈꾸며 자라난다. 어른이 되어서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라르스는, 요정들의 도움 덕분인지 결국 시그리트와 아이슬란드 대표 콘테스트 출전자로 꼽히게 되는데…




콘테스트에 대한 라르스의 변하지 않는 집착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전개됨에 따라서 시그리트의 이야기였음이 밝혀진다. 언제나 강렬한 욕망을 가진 남주인공 뒤에 조력자 내지는 추종자로만 등장하던 여성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전면으로 등장하는 부분이 좋았다. 그밖에도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미국이나 다른 유럽나라와도 너무나 다른 아이슬란드의 전통과 매력을 잘 살렸다는 것과, 언제나 너무나 사랑스러운 레이첼 맥아담스의 연기, 그리고 작품에서 전달하는 메세지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라르스와 시그리트가 준결승 무대를 완전히 망치고 난 뒤, 라르스는 남지 않고 집에 갈 것을 종용한다. 시그리트는 자신이 아티스트이고, 끝까지 남아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추고 싶어서 남게 되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온 세상을 빠르게 등진 라르스는 자신이 결승전에 출전하는 5개 팀 안에 들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시그리트는 알 수밖에 없다. 그는 행운이 자기의 손을 높이 들어줄 때까지 남았으니까. 어떤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용기 있었으니까.




송 콘테스트에만 집착하느라 시그리트의 마음에 보답하지 못하던 라르스는 시그리트를 붙잡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고, 결국 결승전 무대에서 시그리트는 출전곡이던 라르스의 노래가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게 된다. 늘 불렀던 것과는 달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이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사람들은 늘 시그리트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시그리트이지만, 라르스와 함께라면 안 될 것이라고. 똑똑하고 아름다우니까 다른 기회를 붙잡으라고. 그러니 시그리트에게 다른 기회는 필요가 없었다.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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