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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11. 2021

내게는 거리두기가 더 필요해


최근 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를 아끼고 배려해준다는 걸 여러 기회로 알게 되었다. 뜻하지 않았던 일이라 감사하기도 하고, 오히려 나는 반대로 그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던 지라 감동도 조금 받았는데, 그와 동시에 지금의 이 관계에서 있는 힘껏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떠오르는 걸 억누를 수가 없다.



내게 호감을 보인다면 그만큼 나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을테고, 그러면 내가 숨기고 싶은 나의 면면들을 알아챌 가능성도 높아질텐데, 그건 정말 피하고 싶다. 나는 가만히 나인 채로 있었는데, 멋대로 기대하고는 내게 다가와서 내 경계를 마구 무너뜨려놓고, 이제껏 그래왔던 다른 사람들처럼 멀리멀리 가버릴 걸 생각하면 처음부터 미적미적한 적당한 관계인 편이 나은 것 같다.



이렇게 열심히 사람을 밀어내서 내게 남은 건 한 줌의 미련뿐이면서, 나는 추수가 다 되어가 눈을 시퍼렇게 뜬 허수아비처럼 온 힘을 다해 가까이 다가오는 것들을 위협하고 있다. 나는 남들이랑 달라서, 더 예민한 성정을 가져서 더 많은 거리가 필요하다고. 이렇게 가까이오면 나는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렵다고. 나는 못돼먹은 것도 아니고 널 미워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살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뿐이라고.



지금은 나도 어른이 되었고, 상황도 달라졌으며 전혀 다른 사람들이지 않냐고 묻는다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결국 생애주기라는 게 있어서 언젠가는 죽고 마는 것이고, 나는 그 모든 희로애락을 견디기에는 내 마음의 힘을 모두 써버렸다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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