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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09. 2021

아침 공원과 갓 태어난 강아지


휴일이면 꼭 아침에 공원으로 가는데, 7시가 안 되었어도 운동하는 사람들로 적당히 붐비는 공원은 이미 대낮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대부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이번주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비가 올 예정이라 못 나갈 것 같지만, 지지난주 일요일부터 특별한 손님이 새로 추가되었는데, 바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였다.



처음 그 강아지를 봤을 때는 걸음도 비척비척 어설펐다. 다리가 일자로 땅을 짚는 게 아니라 옆으로 휘어져 있어서 넘어지지는 않을까 받쳐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갓 태어났다고 광고라도 하는 듯이 보송보송한 성정과 몸으로 공원 운동 기구 옆을 누비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녀노소 그 강아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 들어올려보거나 말을 걸거나 하며 자기 나름대로의 애정 표현을 해댔다.



나는 강아지보다는 고양이 파인데, 적극적인 애정공세가 조금 무섭기도 하고 어떻게 예뻐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공원 운동을 시작하며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면, 내가 그동안 강아지들을 충분히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애정도 갖지 못했던 거였다는 걸 느낀다. 알게 되면,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그 이후 아주 조금씩 크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막 세상에 도착한 생명체의 사랑스러움과 애정을 자아내는 정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낀다. 받는 것 없이 너무 예쁘고 더 해줄 것이 없어 괴로운 이 마음. 공원에 있다 보면, 운동하는 어른들과 그저 즐거워서 신나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때로는 공원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쫓으며 웃는 아이들을 본다. 나도 지칠 줄 모르고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에 달릴 때가 있었는데, 그게 어른과 아이를 가르는 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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