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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15. 2021

숙면에 집착하는 마음


굉장히 집요한 사람으로서, 내 의식 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건 집착을 하고 보는 나지만, 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숙면이다.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하품을 100번 하고 앉이 있는 일, 졸려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하나도 할 수가 없고 그저 자고 싶다는 마음만 스물스물 올라오고, 그저 그렇게 하루를 날리는 일은 내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이다.




불면증을 심하게 앓아봤으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람의 건강을 가장 손쉽게 악화시키는 건 부족한 수면, 그리고 낮과 밤을 뒤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해본 방법도 여러가지다. 빛이 새어들어와 잠을 방해하는 게 싫어 암막커튼을 닫고, 밤 10시부터 6시까지는 휴대폰 사용을 하지 못하게 잠궈두고, 잠이 잘 오는 아로마 스프레이를 사고, 숙면을 위한 명상을 찾아 듣고, 자기 전 잠이 잘 오는 책을 읽는 등등.




불면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나는 특히 입면과 잠을 유지하는 일에 취약했다. 이른 새벽에 깨서 이러다가 아침까지 잠이 안 오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다보면 잠이 싹 달아나고, 차라리 일어나서 활동을 하다보면 잠이 오지 않을까 하여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도, 아예 불을 켜고 앉아 책을 읽기도, 그러다가 해가 완전히 밝으면 괴로워하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런 내가 요 며칠 푹 잤다. 어젯밤에는 10시부터 6시까지 꽤나 깊은 수면을 취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비결은 바로, 잠이 올까 오지 않을까, 왜 잠이 안 올까, 언제까지는 자야 되는데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을 멈추고, 마음을 내려놓고 잠이 오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었다. 내 마음이 언제나 날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를 쓰지만, 그리고 생각을 통해서 내게 꼭 맞는 길을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도움이 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이렇게 실감한다.




요즘 데이비드 호킨스의 <놓아버림>이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고 있는데, 책에 나온 말들이 너무나 맞다. 나는 억지로 통제하기를 멈추고 저항을 멈춤으로써 모든 일이 더 순조롭게 굴러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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