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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16. 2021

동네 공원과 사랑에 빠지는 일


공원 산책을 하면서 하나둘씩 애정하는 것들이 늘고 있다. 이를테면, 달리기를 하면 꼭 보게 되는 솜사탕같은 엉덩이를 가진 강아지들이나, 운동하다가 올려다보는 저녁 노을, 해가 어두워지면 짠! 켜지는 가로등, 공원 곳곳에 핀 색색의 무궁화 등등. 어제는 나랑 마주본 채로 운동기구를 이용하던 강아지 주인이 옆에 강아지를 잘 묶어두었는데, 강아지 주인이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한 아저씨가 강아지에게 자꾸 손짓하고, 둘레길 초입길을 뛰자고 장난을 치는데 영문 모르는 강아지는 귀를 쫑긋하면서도 잘 앉아있고, 강아지 주인은 전혀 모른 채 열심히 운동을 하고, 이 모든 것들이 너무 웃겼다.




어제는 퇴근할 때만 해도 비가 내려서 공원을 가지 말까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집을 나섰다가, 난생 처음으로 선명한 쌍무지개를 본 날이다. 무지개 빛이 진하다 못해 꽤 쨍했는데, 다들 멈춰서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평소라면 무표정으로 저벅저벅 갈 길을 갔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멈춰서서 무지개를 담아내려고 애쓰는 게 영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예쁜 건, 꼭 나누고 싶다. 메신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건 꼭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보내게 된다.




집 안에서만 있으면 몰랐을 세상의 온통 사랑스러운 것들을 공원 산책을 다니며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살아간다는 건 잃는 것도 놓아버리는 것도 늘어가지만, 동시에 애정하는 것들도 하나씩 새롭게 생기는 일인 것이다. 물론, 그러면서 가장 사랑하게 되는 건 이 모든 경험의 주체인 나 자신. 속상할 일도 많지만, 흘려보내지만 않는다면 기념할 만한 행복도 참 많을 하루가 오늘도 막 시작되었다.




오늘은 멋진 일이 가득한 하루가 될 거야. 내가 방금 그렇게 정했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 괜찮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또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퇴근하면 늘 그랬듯 공원에 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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