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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17. 2021

휴일 아침 달리는 즐거움


알람 없이도 6시 전에는 꼭 기상하는 편인데, 전날 잠을 푹 못 잔 탓인지 오늘은 7시 가까이 되어서 일어났다. 길게 자서 기쁘기도 하지만 벌써 해가 쨍쨍했다. 달리기는 저녁에 할까 고민하다가, 너무 더우면 얼른 들어올 요량으로 나갔는데 생각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서 달리기 딱 좋았다. 역시 모든 일은 일단 하고 보는 게 삶에 행복을 들여오는 태도인 것이다.




저녁이든 아침이든 달리는 건 똑같은 공원인데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나무들도 아침에 보니 유난히 힘이 있었다. 걷거나 뛰거나 유모차를 타는 강아지들도 새로운 하루가 밝아서 기쁘기 그지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 오늘은 내가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으면서도 정신없이 일하느라 다가오는 줄도 몰랐던 휴일이다.




달리기를 마치고 정리운동을 하면서 평소에는 가지 않던 공원 내 샛길도 걸어보고, 비치되어 있는 운동기구도 이것저것 이용해보았다. 휴일 아침이기에 가능한 이 여유, 이게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에, 이 역시 감사했다. 나무가 빽빽해서 해가 쨍쨍해도 여유롭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우리 동네 공원도 감사할 거리이다.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지만,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을 빈틈없이 사랑하고,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이점을 빠짐없이 챙기는 것도 행복에 있어 중요한 것 같다.




오늘은 여유롭게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나비도 꽤 많이 봤다. 요즘 내 하루를 밝히는 것은 팔랑팔랑 유연하게,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들이다. 내게 날아다니는 건 늘 자유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행위였는데, 이제는 날아다니는 새의 자유를 동경하는 시구들이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그 어떤 짐도 없이, 나를 이 땅에 묶어두는 제약―설령 나를 살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제약들이라고 해도―도 모두 벗어던지고 저 멀리 혼자 힘으로 가고 싶은 그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실은, 달리기를 하면서도 생각이 많았다. 내 직장생활을 너무 힘들게 하는 후임이나, 영 매끄럽지 않게 돌아가서 신경쓰이는 업무들, 그리고 내 머리에 새겨지기라도 한듯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너.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내가 이렇게 조급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너를 놓치면 내 영혼이 반쯤은 비어버릴 것 같아. 잠깐씩의 마주침으로 이미 내 안에서 너무 커져버린 사람 때문에 하루종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달리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아나도 나는 계속 달릴 것이고, 그러니까 오늘도 내일도 모두 괜찮다. 내겐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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