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꼭 닮은 딸로서, 난 아빠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아빠를 흉보거나 아빠와 투닥거릴 때마다, 엄마는 둘이 정확히 똑같다고 말한다. 동족혐오라고. 그럴 때면 나는 더 화가 나서, 아빠 때문에 엄마가 힘들고 답답할 때마다 위로해주고, 마음을 헤아려주는 유일한 사람인데 한번 나도 아빠랑 정확히 똑같이 해봐? 하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빠는 순하지만 다소 욱하는 기질이 있고, 제대로 된 환경과 '기회'만 있었더라면 훨씬 더 성공했을 거라고 믿는, 내면에 열등감이 꽤나 차있는 사람이다. 기복이 있기는 하나 대체로 열정적이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 하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움직이는 사람. 은행 CD기에서 출금한답시고 가서는 돈을 그대로 두고 와서 다시 간다던가, 송금할 때 0을 안 붙인다던가, 하여간 숫자나 계산에는 영 취약하지만, 운동 신경 하나는 대단한 사람. 매번 말실수, 잘못을 하고는 자책하고, 때로는 그 화살을 남에게 돌리는 사람. 가슴에 어마어마한 사랑을 품고 있으면서도 내색하기 어려워하는 사람.
내가 어렸을 때, 밖에서 아빠를 마주친 적이 있다. 우리는 서로 엄청 반가워서 웃음이 나왔지만, 그걸 표현하기는 서로 영 쑥스러워서 각자의 반가움과, 그것을 서로 알아챘다는 것을 모른 체 넘겼다. 또 한번은, 가족 여행을 가서 아빠와 단둘이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나는 아빠가 나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은 알지만 내게 무뚝뚝한 아빠랑 잠깐이나마 붙어있어야 한다는 게 못마땅해서 부루퉁한 채로 사진을 찍었다.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아빠와 갈등은 더 커졌다. 내게 욕심이 어마무시하게 많은 아빠와, 그 아빠의 기대에 못 미쳐서 번번히 부정당하고 남들이 있든 없든 혼났던 나는 아빠에 대한 증오를 그득그득 품으면서 성장했고, 덕분에 웬만한 트라우마에도 회복 속도가 빠른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나의 아빠여서 좋은 점들, 쏙 닮은 아빠의 면면 덕에 내가 지니고 있는 장점 같은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렸다.
내 친구는 아빠가 꼭 성인같다고 존경해 마지않는데, 그런 아빠를 두었더라면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늘 부러웠다. 왜 나의 아빠는 도드라지는 단점과, 어린 내 눈에도 보이는 무수히 많은 결점들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평범에 못 미치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인지. 그래, 결국은 그도 나의 아빠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인 것이다.
서로를 꼭 닮은 가족끼리는 애증의 관계가 되기 더 쉬운 것 같다. 내가 미워하는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너무나 가까운 저 사람을 사랑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의 면면들 때문에 나도 나 자신을 멀리 밀어내느라 아빠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가꾸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타인과의 관계는 나와의 관계라는 말이 정말 맞다. 그 어떤 성격적 단점보다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을 빼닮은 서로가 가까워지기란 정말 어려운 일임을 실감하면서, 나는 아직 나를 거울처럼 비추어내는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기에는 이른걸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