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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17. 2020

위대한 독서가의 영혼을 엿보고 싶다면

<서재를 떠나보내며>, 알베르토 망겔 저

도서관의 신간 코너에서 매번 보물을 발견하고 마는데, 그것은 일부분 양서들이 이제야 한국어로 번역되었거나,  요즘 유행인 리패키지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경우는 정말 신간이기 때문인데, 지난 번 도서관에 갔을 때 여러 차례 손에 집어들었다가 두었던 책이다.

이 사랑스러운 책을 여러 차례 펼쳐보고 읽다가, 결국엔 빌릴 수밖에 없었고, 이틀만에 읽어치웠다.

1.작가, 알베르토 망겔

일평생에 걸친 독서와 책에 대한 사랑으로 그는 마침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알베르토 망겔을 알게 된 것은 아마 릭 게코스키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위대한 독서가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은 조금 겸연쩍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큰 축복이다. 

특히 <서재를 떠나보내며>는 망겔이 쓴 마지막 책일 수 있으므로 그 의미가 크다.

책을 읽으며 릭 게코스키가 생각 안 날 수 없었다. 그들이 쓴 책도 얼마간 닮아있다. 이런 사랑스러운 독서가이자 작가인 그들.

새로운 책을 발견하며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또 만들어가는 일의 기쁨.  

2.옮긴이, 이종인

책이 독자에게 찾아오는 만큼, 역자에게도 찾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가장 적합한 역자 이종인 님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을 감사하게 된다.

그의 다른 역서를 찾아보니, <숨결이 바람 될 때>와 <평생독서계획>이 있었다. 저자의 숨결을 고스란히 되살려내는 역자들이 꾸준히 활동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Packing My Library>를 <서재를 떠나보내며>로 번역한 그의 지혜란.

3.감상

1)책에 관한 책은 실패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시간이 지나며 더 깊어지고 넓어진 그의 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었다.   

읽는 내내 그의 섬세한 감성과 책에 대한 사랑에 포근했다. 나도 그의 연배에는 그간 읽어온 책들을 닮은 그런 사람이 되어 있겠지.

잔잔한 행복에 겨워 읽었다. 그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 찾아보니 그가 쓴 책이 또 신간으로 나온 것 같다. 

나는 다소 촌스러워서, 사람의 문장이 그의 삶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비춰낸다고 믿는다. 그가 쓴 문장을 통해 그의 영혼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고.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위대한 독서가의 영혼을 엿볼 수 있는 책.

4.밑줄긋기

그레고르가 변신한 벌레는 갑각밑에 날개가 달여 있는 일종의 바퀴벌레입니다. 만약 그레고르가 그 날개를 발견했더라면 그걸 펴고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날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레고르처럼 오늘날 많은 선남선녀들이 자신들의 갑각 밑에 날개가 달려 있으며 그곳을 이용해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소녀인지 생각해보아라. 네가 오늘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생각해보아라. 지금 몇 시인지 생각해보아라. 아무것이라도 좋으니 생각해보아라. 그리고 울지마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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