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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08. 2021

국립현대미술관 <정상화 개인전> 추천 후기

그래서 매일같이 생활 속에서 묵묵히 예술을 실천하며과정 자체를 반복하는 정상화만의 독특한 창작 방식은 "되풀이되는 일상에 대한 기록"이라고 평가받는다.


― <정상화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으로 열기가 뜨거운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상화 개인전> 후기가 꽤 좋았다. "지난한 노동의 행위가 집약되어" 있는 그의 작품을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그저 좋다는 이야기만 믿고 찾아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베로 건너가기까지, 고베에서 파리로, 또 파리에서 여주로 정착하는 동안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는 작가의 작품들을, 그리고 작품세계와 만드는 과정을 담아낸 VCR을 보는 내내 감탄했고, 나의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돌아보았다.





모든 예술작품이 기나긴 노동의 부산물이겠지만, 정상화 작가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평면을 구축하기 위하여 반복했을 작업을, 그리고 각각의 무늬와 색이 모두 개별적이나,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되었을 그 과정을 생각하니 그저 존경스러웠다. 나는 매일 어떤 격자무늬를 만들고 있는가, 나의 반복되는 듯하지만 제각기 다른 하루를 통해서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킬 것인가, 또한 이렇듯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 내가 매일같이 힘을 써야할 일, 즉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이야기를 짓고 싶고, 내 안에서 사랑이 흘러넘쳐 주변에 번져가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데, 내 삶을 먼 위에서 내려다보면 각각의 하루가 어떤 격자무늬를 이루고 있을지.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격자무늬 작품들을 보면서는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다른 공간과 시대, 세계를 사는 우리는 현재로서는 외따로 떨어져 각자의 짐을 짊어진 채 헤매는 것처럼 보이고, 이해할 수 없이 큰 고통과 낙담, 변곡점을 지나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으나,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멀리서 내려다본다면 그의 작품처럼 아룸다운 하나의 그림이 아니겠는가. 한 순간, 한 고통이 모두 존재의 의미가 있어 완성되는 그런 작품이.





시간의 흐름―과 그에 수반되는 다른 시대의 도래, 새로운 외부의 자극, 생각의 확장, 인식의 변화, 작업 능력의 향상 등 ―에 따라 변모하는 그의 작품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브라질에서 길을 만드는 석공의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는 그의 말을 통해 예술가를 포함한 모든 이의 노동이 얼마나 숭고한지, 그 결과물 덕분이 아니라 그 과정 덕분에 사람이 어떻게 이 생을 끌어안게 되는지 생각했다. 주말에 마음을 확 트이게, 또 겸허하게 만드는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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