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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15. 2021

감사로 일상을 가득 채우려고


오늘 집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내 삶이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로 채워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때려치고 싶다고 되뇌이지만 내심 애정하는 직장이나, 엄마와 함께 사는, 지금까지 살아온 어떤 집보다 편안한 집, 그 모든 일을 함께 같이 지나온, 이제 전우같이 느껴지는 엄마아빠. 정말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5학년 쯔음, 큰 걱정거리 없던 그때의 느낌을 요즘 가끔 느낀다. 아직은 스치듯 지나갈 뿐이지만. 가슴에 커다란 게 얹히지 않은, 날아갈 듯 가벼운 마음.




오랜만에 론다 번 작가의 <파워>를 꺼내 읽다가 요즘 내 입에 불평불만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고는 섬뜩했다. 나는 살아있는 자석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감사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거리를 찾아내고, 잘못을 하더라도 커다랗게 축하하는 것, 무슨 사건이 일어나도 좋은 일이 될 것임을 믿는 것임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어느 순간 나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흉보고, 희생자가 되어 고통받는 것에 기뻐하고,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하고 싶다고 염불을 외는 못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직장 일이 너무 많다고, 버거운 일이라고, 누가 날 너무 힘들게한다고 쫑알쫑알 불평대면서 나는 은근한 만족감에 젖어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만큼 힘든 일을 견뎌내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고. 그러나 내 마음은 그만큼 불편했다. 훨씬 더 좋은 일들을 넘치게 내 인생으로 끌어올 수 있는데, 내 안에 잠자코 숨어있는 잠재력과 창조성을 모두 꽃피울 수 있는데, 안온한 현재의 불행에 편안하게 젖은 채 잠만 자고 있었다.




부정적인 마음은 모두 외면하고 아닌 척 소외시키는 것과 어떤 마음도 긍정하고 가만히 떠오르듯 내버려두는 것의 차이를 이제야 구별하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이 넘치게 많은 것도 감사하다. 그러나 오늘 가장 기쁜 건 내일도 쉬는 것. 내가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1박 2일>을 본 적이 또 있던가. 금요일 휴가 내는 건 괜찮아도 월요일 휴가 내는 건 좀 어려운 상황이라 이렇게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월요일이 더없이 귀하다. 내게 이 3일의 휴가가 너무나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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