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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18. 2021

드라마를 보다가 내게 필요한 위로를 건져 올렸어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을 보고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을 여전히 즐겁게 보고 있다. 내가 받았던 어떤 상담보다, 읽었던 어떤 책보다 위로가 되는 것 같아서 유익하고도 즐겁게. 드라마 안에는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주연 배우들이 나온다. 겉보기에 씩씩하고, 뻔뻔해보이고, 어른스러워보이고, 심지어 기대고 싶은 이들에게도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사연이 하나 이상 있다.



 엉엉 울지 않고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그래서 입 밖으로도 꺼내본 적이 없는, 가족 간에도 툭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일들. 유년시절은 '목구멍 속의 칼'이라며, 아직 상처로부터 온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어쩌면 평생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 영도와 다정이가 나란히 걷다가 각자 잠깐 어린아이의 모습이 되어 말하는 장면이 유독 좋았다. 어른 행세를 한다지만, 세월이 쌓여서 대처방법을 익혔다지만 우리 안에 결국 덜 자라고 상처투성이인 어린아이가 산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다정이가 '목구멍 속의 칼'을 영도 덕분에 집어낼 수 있었던 건 당연하다. 사랑은 내가 짓고 살던 세계를 뒤집고는 마음 가장 깊은 곳을 헤집어놓기 때문에. 이별을 말할 때도 철저하게 서로의 입장으로 생각했던 다정이와 영도 관계도 좋았지만, 마음이 다 무너졌던 다정이가 우는 소리를 듣고 강릉에서부터 바로 올라온 엄마나, 미안할 일이 아닌데도 다정이에게 속내를 다 털어놓고 사과하는 은하처럼, 가끔 너무 퍽퍽해서 목이 메일 것 같은 이 세상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그 다정한 마음들이 예뻐보였다.




이 드라마는 꼭 겉으로 아무 일 없어보이는 평범한 어른들도 모두 제 목구멍에 칼 하나쯤은 있는 법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서로 혼자 있고 싶다고 주장해도 절대 나를 혼자 남겨두지 않을 친구들, 너는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거지같은 사랑조차 남겨주는 예쁜 거라고 말해주는 가족, 무슨 일이 있든 함께 겪어낼 수 있도록 말해줘야 한다는 팀원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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