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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28. 2021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다녀와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인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은 이미 다녀와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을 꼭 가고 싶었다. 휴관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자정에 2주 후 표가 풀리는데 10시에 자는 나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였지만, 틈틈히 새로고침하다가 마침 오늘 표를 잡았다. 이런 기적같은 일이. 내 버킷리스트였으므로 기분이 너무 좋았을 뿐 아니라, 그때부터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치이느라 너무 지치고, 마음에 화가 가득 차서 나조차 당황스럽던 내 마음을 확 풀어줄 수 있는 일들로 하루가 차곡차곡 채워지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여리는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보다 작품 수도 많고, 한국인이 더욱 사랑하고 익히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으므로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을 추천한다. 50여개의 작품들을 찬찬히 보는데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예술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서 위로를 주는 걸까.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시대를 뛰어넘어 이 작품을 그린 이들과 같은 정서를 공유하여 이런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이건 외국인들이 보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마음껏 자랑하고 널리 알리고 싶어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김환기의 <산울림>. 그는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는 점, 저 촘촘히 빛나는 별 만큼이나 했을까"라며 작업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처럼 고된 적이 없다"고 썼다는 그의 심경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냐만은, 그의 노고가 지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 이런 감격을 안겨준다는 게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나의 어려움도 인생이라는 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 중에 겪는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올해 내 일상을 지탱해준 건 달리기와 전시회, 그리고 숙면인 것 같다. 어제 오후에 전시회 예약에 성공하고, 저녁에는 비가 그쳐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를 하고 숙면을 취한 뒤, 오늘 아침에는 가벼운 산보 후 전시회를 들렸다가 점심에는 내가 가장 먹고 싶었던 샌드위치를 먹고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자고 일어나 피아노 연습을 하는, 아주 완벽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 내일은 어떻게 해야 최대한 내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다음주에 하루쯤 연차를 내긴 해야겠지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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