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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Sep 11. 2021

음악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 <코다>를 추천

There are plenty of pretty voices with nothing to say.

Do you have something to say?





 영화는 고기잡이 배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자아이 루비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러나 배에 같이 탄 가족들은 무표정으로 열심히 일을 할뿐이다. 그들은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만 빼고 가족 구성원이 모두 농인인 집에서, 그것도 노래를 사랑하고 매우 잘하는 아이로서 크는 것은 어떤 삶일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청인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했던 루비는, 처음 학교에 들어와서는 '이상한 소리'를 낸다고 놀림을 당한다. 음악대학 오디션을 위해 노래를 진지하게 배우려고 하다가도 가족들이 그를 필요로 하기에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는 루비의 인생을, 다른 이들이 어떻게 쉽게 헤아릴 수 있을까? 이렇게 아름답게 빚어진 영화가 없었다면 말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수어만이 가진 아름다움이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루비의 노래가 가진 힘을 알아챈 음악 선생님, 미스터 V가 루비가 노래에 얼마나 진지한지 알아보기 위해 노래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었을 때, 루비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도 미스터 V는 설명해보라고 끝까지 기다려준다.―나는 미스터 V의 이런 모습이 참 좋았는데, 이런 타인에 대한 '참된 관심'을 모여주는 모습이, 유별난 그를 더욱 훌륭한 스승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그때 루비는 수어로 무언가를 표현한다. 이때는 자막도 나오지 않는데, 우리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노래가 루비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방식임을, 아주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온 몸과 마음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소통에서 비언어적인 표현이 80%를 차지한다고 했던가. 어쩌면 말은 입으로, 목소리로 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그가 말하려는 의지를 직감적으로 느낀다.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미성숙하고 엇나가서는 결국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을 상처입히게 되는 장면들이 좋았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어울려 살며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불협화음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에게 녹아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녹여낸 작품들을 좋아한다. 루비가 음악대학을 포기하고 집에 남아 사업에서 한 귀퉁이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루비의 엄마 같은 인물이 특히 그렇다. 난 그에게서 나의 엄마를 봤다. 여자아이는 어때야 하고, 어떤 것은 할 필요가 없다는 틀이 훨씬 강했던 때에 자라난 일부 소녀들이 그렇듯, 그때와는 다른 시기에 태어나, 그리고 엄마가 그런 사람이기에 더욱 독립적이고 보살펴주는 인물로 자라난 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엄마.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갖춘, 루비를 전적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는, 인생에서 없으면 안 되는 인물. 





Like sweet morning dew I took one look at you

And it was plain to see you were my destiny






 이 영화에서 풋풋하게 자라나는 사랑을 그려낸 방식도 몹시 마음에 들었다. 서로 존재만 아는 사이일 때에 힐끗 쳐다보는 눈빛, 눈 마주치기 어색해하고, 치명적이지만 용서할 수 있는 갈등과 진심 어린 사과도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과정이 싱그럽고 예뻤다. 내 눈과 마음에 쏙 들어온 누군가를 바라볼 때의 땡그랗고 초롱초롱한 눈, 채 가까워지기 이전에, 잠깐의 눈맞춤으로도 이미 운명인 걸 아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더 와닿았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대망의 오디션 장면이다. 매우 영화답게, 들어가면 안 되는 오디션장에 들어간 루비의 가족들을 위해 루비는 수화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전의 가을 음악회에서, 그 시간을 전혀 즐길 수 없었던 때와 달리 그들은 생생하게, 이제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므로 즐거워한다. 따라서 루비는 기꺼이 들려주려는 이들이 있으므로, 또 수어와 함께 말함으로써 더욱 정교하게 전할 수 있으므로 그의 노래도 더욱 완전해진다. 소통과 사랑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조건과 장애요소를 모두 떠나, 서로에게 가닿으려는 마음, 들을 수 있음이나 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마음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이 사랑이라고.





 농인의 아이들의 세계를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 꽉 채워 빚어내다니.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내내 OST를 반복해서 들었는데도 루비의 목소리를 듣는 게 그저 황홀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연스러운 목소리. 미스터 V가 강조했듯 호흡을 제대로 하고, 예쁜 소리만 내려고 하지 않고, 전하려는 의도와 내 마음을 가득 담은 그런 목소리, 목소리 내는 걸 늘 두려워하는 내가 되찾고 싶은, '본래 자신의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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