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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Oct 24. 2021

오래 기다렸고, 앞으로도 기다릴 영화 <듄>을 보고

“I must not fear. Fear is the mind-killer. Fear is the little-death that brings total obliteration. I will face my fear. I will permit it to pass over me and through me. And when it has gone past I will turn the inner eye to see its path. Where the fear has gone there will be nothing. Only I will remain.”




   어제는 영화 <듄>을 보기 위해서 돌비 시네마관을 찾았다. 이 영화를 얼마나 보고싶었던지, 얼마나 기대했던지. 한스 짐머의 영화 음악, 티모시 샬라메와 레베카 퍼거슨 등의 배우들, 드니 빌뇌브 영화감독 등 기대할만한 요소는 충분했다. 그래서 영화 개봉 전 원작소설 <듄> 1권을 사서 꾸역꾸역 읽었다. 그렇게 대단한 원작이라면, 영화의 이미지가 날 완전히 점령해버리기 전에 책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누구누구가 캐스팅될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 머릿속에 끊임없이 그들이 끼어들기는 했다. 




 그래서, 원작소설을 꼭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한 영화"가 되겠지만, 읽고 간다면 영화를 배로 즐길 수가 있다. 원작 자체가 매우 세세한 디테일을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며, 또 영화는 그러한 원작을 아주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투피르 하와트의 입술 중간에 왜 검은 자국이 있는지, 왜 그는 갑자기 눈동자가 돌아가며 엄청난 계산력을 보이는지, 유에 박사는 왜 의심의 대상이 아니었는지 같은 요소들을 이해하며 볼 수 있고, 그 방대한 책에서 어떤 부분을 취사선택하여 잘 엮어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나는 1권을 모두 읽지는 않았는데도 이번에 나온 <듄> 1부에서 다룬 내용은 모두 읽은 채였다. 주인공인 무앗딥, 그러니까 폴이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기다려온 '그'여서, 너무 완전하게 준비되었으며 흠 없는 인물이라서 좀 재미가 떨어졌었다. 만약 여자아이가 이러한 인물이었으며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참, 영화는 총 2부작이라고 한다. 




 나는 영화를 봄으로써 비로소 책의 진가를 다시 알게 된 것 같다. 책에서 글로만 읽었던 스파의 아름다움, 나 혼자 상상했던 것보다 더 사랑스러운 무앗딥(사막을 뛰어다니는 작은 쥐)의 모습이라든가, 반짝이는 챠니의 목소리, 폴이 꾸는 꿈의 강렬한 이미지 등등. 이 모든 것이 한스 짐머의 음악과 만나서 더 강렬하게, 아름답게 나를 사로잡았다. 마치 원작소설이 기나긴 세월 이 멋진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기다려온 것만 같다. 나는 어쨌든 1권의 안 읽은 부분을 마저 읽어야겠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제사카, 그리고 챠니와 더 사랑에 빠졌다. 그럴 수밖에! 




 원작을 미리 읽은 내게 박수와 함성을 보내고 싶고, 돌비시네마관에서 보려고 일찌감치 표를 예매해둔 과거의 나 또한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이제 나는 행복하게 <듄>을 다룬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의 다음편이 업로드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내가 놓쳤던 것을 되새기며 영화를 다시 봐야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기자님의 목소리로. 참, 원작은 방대하긴 해도 상당히 권할 만한 책이다. 바로 인간의 정신, 우리네 삶, 그리고 우주에 대한 통찰을 담은 다음같은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신이 주변 환경에 스스로 어찌나 잘 적응하는지.’ 그녀의 머릿속에 베네 게세리트의 교훈 하나가 떠올랐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정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두 가지이다. 긍정적인 방향과 부정적인 방향. 인간의 정신이 하나의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해 보자. 부정적인 방향의 맨 끝에는 무의식이 있고, 긍정적인 방향의 맨 끝에는 초(超)의식이 있다. 훈련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정신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질지 결정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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