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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n 18. 2020

꾸준한 기록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다른 생각을 한다>, 김동조 저

이 책의 백미는 기록에 있다고 본다. 꾸준한 기록. 나도 그것을 올해에는 꼭 하고 싶다.


인터넷에 서평을 쓰는 블로그들을 가끔 보는데 대부분 읽은 책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옮기는 수준에서 그친다. 물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읽은 책을 덮고 글을 써야 한다. 이 책은 내 생각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가, 이 책은 어떤 고민을 해결해줬는가, 이 책이 어떤 고민을 던져줬는가, 이런 걸 써보는 것이다.  -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다른 생각을 한다>(이하 같은 책) 125p, 김동조 저


이 부분을 읽고 조금 부끄러워졌다. 물론 내 소박한 블로그에 저자가 들어왔을 리 만무하지만. 첫째로 나는 최대한 정제되고 깔끔한 글을 쓰고 싶어서 사견을 배제하려고 애써왔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책을 덮고 쓴 적이 있었나 하는 자기반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한해서는, 한번 책을 덮고 써보고자 한다.(그러나 옮겨 적고 싶은 구절이 많아서 다시 펴게 될 것이 분명하다.)


1. 이 책은 내 생각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경제학적 사고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커리어며, 인생의 문제 전반에 대하여.어떤 사람을 싫어하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그간 나의 대답은 명확했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속으로 계산하는 사람. 그러나 더 최악은 합리적 논리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올바른 논리는 올바른 길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브로커 후배가 요즘 골프에 빠져 있다고 해서 "주말 골프는 비싸던데 그렇게 쓰면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하려고"라고 했더니 "이제 결혼은 틀린 것 같고 혼자 쓰면서 살다 늙고, 돈 없으면 그냥 죽으려고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괜한 걸 물어봤구나 하는 자책과 함께 정말 걱정스러운 우려가 함께 밀려들었다. 돈 없는 노인은 생각보다 많고, 그들은 정말 죽을 만큼 괴롭다. - 226p


이 구절을 읽고 뜨끔했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상, 여성과 돈에 대해서 생각했다. 페미니즘의 바람이 불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을 호명하며 소비를 조장하는 행태가 많이 보일 때 나는 분노한다. 나는 모든 여성이 좀더 영악하고, 계산기를 많이 두드리기를 바란다. 최근에 읽은 재테크 서적에서 말했듯, 지금의 자신뿐 아니라 노후의 자신도 책임질 수 있도록.

팟캐스트 <듣똑라>에서 일본의 노인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다. 집이 있고, 연금 나와도 파산한다는 말이 내 가슴에 꽂혔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120살까지 사는데 돈이 없는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자극은, 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똑똑히,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나 자신을 온전히 책임지기 위해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가.

그는 담배를 피우고 나는 미도리 아버지를 생각했다. 미도리 아버지는 텔레비전으로 스페인어를 배우자는 생각은 아예 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력과 노동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너무 바빴다. 일도 바빴고 집 나간 딸을 데리러 후쿠시마까지 가야 할 때도 있었다. - <노르웨이의 숲>,무라카미 하루키 저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덕후다. 그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의 소설을 읽을 생각이 조금도 없는데, 몇몇 인용은 아주 좋았다. 그의 산문집 몇은 조금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노력과 노동, 나는 둘 중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 때문에 현재 바쁜가. : 오늘을 살며 내가 무엇에서 성장했는지 알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이전 직장에서도 나는 돈과 인생을 바꾼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 배운 이런 저런 것들을 아주 잘 써먹고 있으니까. 나는 지금 또다른 환경의 직장에서 일하며, '노력'을 하고 있다. 바쁜 건, 주로 현재의 일이라기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쓸데없고 소용없는 걱정들. 나는 내 생각에 아주 깊게 빠져서, 돌아가는 현실의 일을 잘 파악하지 못하곤 한다.

이번주의 목표 : 좀더, 내가 바라는 나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바쁘기를.   



3. 이 책은 어떤 고민을 해결해줬는가

(생략) 이것이 평범한 인간이 사는 평범한 인생의 본질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정해진 길로 가거나, 결단을 내려 정해진 길에서 뛰어내리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숙명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고 어차피 내릴 생각도 없다면 불평해봐야 소용없다. 예정된 일정에 몸과 마음을 적응하며 최대한 현재를 즐기는 것이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얻는 길이다. 이루고 싶은 것이 생겨 열차에서 뛰어내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목적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입하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생략)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미래를 안다는 것과 미래를 만드는 것은 이렇게나 간단하다. -393p


이렇게 단순하고 현실적이라니.

요즘 나는 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사고의 틀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부모님과 나의 세대에는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고, 그래서 손위형제자매가 없는 나로서는 커리어나, 이런저런 고민을 툭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조언을 받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보다 앞서나간 세대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와 굉장히 다른 유형의 사람이 쓴 책이라서 좋았다. 나나 내 친구 C, 그리고 남극에 갔다가 얼어죽은 영웅을 좋아하는 앤 패디먼을 보면, 감상적인 글을 즐겨 읽고 빠져든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생산적이고 합리적이고 경제학적인 사고를 탑재한 것이 분명. 나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납치해오고싶기 때문에, 박 대표님이 크게 추천한 책은 따라 읽는다.



4. 이 책이 어떤 고민을 던져줬는가

“우리가 가진 재능이 우리가 가진 존재의 핵심이다.” - 시모어 번스타인           자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재능을 발화시키지 못하는 인간은 존재감의 결핍 때문에 괴롭다. -233p


내가 요즘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현재 직장에서 나는 실적, 성과에 대한 압박도 없고, 내 일을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사기업에서 연구소, 그리고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는 과정은 좀 더 오래 일하기 위한 고민과, 그 고민의 결과였다. 그러나 나는 이제 좀더 나를 드러내고 일로써 성장하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다. 소모되지 않으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무원은 공무원의 멘탈을, 군인은 군인의 멘탈을, 트레이더는 트레이더의 멘탈을 갖고 있다. (생략) 삶이란 곧 기억이다. -71p


대학교 1학년, 내가 좋아했던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20대는 삶의 지평선을 넓히는 때라고. 20대 시절 경험한 감정과 경험의 지평선을, 그 이후의 나이에는 더 뻗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아진다고 했다.

지금보다 나이 든 나는 어떤 경험을 한 어떤 인간이 되어있을 것인가. 나의 정체성과 일은 구분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일은 내 인생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도 좋을 일인가? 이부분은 계속 고민하고 싶다.


원더우먼이 9급 공무원이 되어 주민등록초본을 남들보다 10배 빨리 뗴어준다고 해도, 캡틴 아메리카가 (생략) 그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빠른 승진 정도다. 자산이 별로 없는데 월급은 고정돼 있고,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직장에 다닌다면 예측 가능하지만 지루하고 답답한 삶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능력도, 열심히 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 성과와 직접 연동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삶은 괴로울 것이다. - 186p


크게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문제는 내가 열심히 할 생각도 없는 사람인지, 성과에 따른 보상을 원하는 사람인지를 모르겠다는 것!



5. 그외 좋았던 구절

나는 대안 없는 삶을 싫어한다. 운명적이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은 끔찍하다. 대안을 가지려면 늘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 450p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내 우주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인 것 같다. -24p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인간이 된다. 잘못된 질문을 하면 잘못된 생각에 빠진다. -116p


“독립리그를 뛰는 퇴물이라며 당신을 비웃는 자들이 있는데?” “소시민은 항상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 -노모 히데오 -1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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