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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19. 2020

당신의 감성이 좋아요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요즘 푹 빠진 라디오가 있다. 바로, 김이나 작사가의 <별이 빛나는 밤에>. 나도 부엉이(<별이 빛나는 밤에> 청자들의 애칭)이고 싶지만, 실은 한 번도 제 시간(10시~12시)에 들어본 적은 없다. 난 저녁 먹으면 졸리고, 늦어도 11시에 자야 되거든. 그러려면 저녁은 7시 전에, 운동이나 드라마같이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활동들은 9시 전까지는 끝내야 한다. 헤롱헤롱, 해가 지면 나의 뇌도 그만큼 느려진다. 그래서 <별이 빛나는 밤에>를 제시간에 들을 수 있는 부엉이들이 부럽다. 부엉부엉. 나도 함께이고 싶어요.




 라디오에는 이상한 감성이 있다. 왜 내가 듣다가 질린 노래, 내가 끝까지 못 듣는 노래도 라디오에서 틀어주면 갑자기 듣기 좋아지는 걸까? 저 멀리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어떻게 지척에 있는 가족도 건드리지 못하는 내 마음 한 구석을 위로해줄까?




 어렸을 때는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아빠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라디오를 들었다. 오프닝 멘트를 할 시간에 나는 집으로 가곤 했기 때문에, 매번 오프닝멘트까지밖에 못 들었지만, 참 좋았는데. <위대한 개츠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 지치고 피곤한 내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던. 그 시절에는 라디오를 다시 들을 수가 없었을까? 밤라디오나 새벽라디오를 다시 듣게 되면, 그 특유의 잠잠하고 침대 밑으로 침잠하는 듯한 내 마음과, 밤바람의 분위기는 휘발된 후지만, 전파 너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이에게 전하는, 공간을 초월한 그 목소리는 그대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김이나 작사가의 <밤편지>에 이어 <별이 빛나는 밤에>를 다시듣기 하는 나는, 그의 말재주, 솔직함과 더불어 엄청난 공감력에 감탄하곤 한다. 그건 정말 공감'력'이다. 지치지 않고, 내 일처럼 공감해주는 힘. 남의 일이지만, 얼굴 하나 모르는 사람이지만 건네받은 사연 하나만으로 내 일처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힘. 그 힘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예전에 명상선생님이 반응을 잘 해주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되어있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 마음에 반응해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아마도 건조한 눈동자를 한 채) 기계적으로 아, 그래요? 혹은 정말요? 밖에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수많은 사회적 상황들. 그라면 어떻게 풀어갔을지, 분명 나보다 재치있었겠지! 아니, 나보다 진심이었겠지.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넘을 수 없는 시대의 벽 건너편에 있는 사람에게도 진심이고 싶다. 그럴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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