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저
이 모든 것은 138억 년 전 한 점에서 폭발하여 존재하게 되었다. 우주의 시작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을 여는 음표보다 조용했고, 자아(I)의 대좌에서 내려와 작아진 나(i) 위에 떠 있는 점보다 작았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여전히 독립된 개인이라는 환상, 타자라는 환상에 굴복할 수 있단 말인가?
― <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저
이 사랑스럽다 못해 빛나는 책은 두꺼워서 전자책으로 읽었다. 이게 바로 전자책의 눈부시게 귀한 장점이다. 종이책으로 읽을 엄두도 물론 못 냈을 테지만, 읽기 시작했어도 완독하는데 번번히 어려움을 겪다가 나 자신을 미워하면서 포기했을 것이다. 틈틈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진리의 발견>이 전하는 메세지가 마음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즉, 외따로 떨어진 한 명의 인간이란 없으며, 그 하나의 생애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과 이후에 올 모든 생명의 역사 속에 위치한 좌표라는 과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진리이다.
<진리의 발견>은 마리아 미첼, 마가릿 풀러, 에밀리 디킨슨, 레이첼 카슨 등 대부분 여성 인물들의 전기를 그려냄과 동시에 그들의 삶이 어떻게 겹쳐지고 펼쳐지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그 시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꿈을 꾸었기에 수차례 절망하고 넘어졌다. 그들의 삶은 별처럼 떠올라 그 꿈이 이루어지는 길목에 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렇게 계속 전진하여 결국에는 꿈이 실현되었다. 세상은 떠났을지 몰라도 그들의 삶은 그렇게 지속되었다. 살아온 태도와 자세만큼 아름답게, 그 빛을 잃지 않고.
<진리의 발견>은 내게 몇 가지 선물을 주었다. 바로 사랑스러운 삶을 산 인물들의 전기를 읽을 때 주어지는 선물이기도 한데, 마리아 미첼의 말마따나 '삶에 별빛을 섞'도록 격려받는 것이다. 눈 앞의 현실이 주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된다. 몇 백년 전에 이 지구 반대편에 살았을 인물이 내게 위로가 된다. 이들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었고, 그 이후에 새로운 위안과 행복을 찾았고, 그러면서도 삶을 꽃피워냈기 때문에. 또한, 극도로 섬세한 감수성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이들이 필연적으로 감정의 풍랑, 강렬한 애정으로 인한 고통같은 것을 겪게 마련임을 알게 되어서 위안이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이들은 모두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이들이다. 하지만 그 재능보다 그들 내면에서 계속해서 타올랐던 열정이 내게는 더 놀라웠다. 그 모든 현실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애정하는 것―천문학, 시, 조각, 곧 진리―에 대한 열정에 손을 놓지 않는 자세가. 평탄하고 행복한 삶, 내가 늘 꿈꾸는 소박한 삶이 아닌,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만큼 인상깊었다. 이 책이 여러 인물을 차례로 다루는 만큼 중간 중간 감상을 남기려다 실패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데도 불구하고 '책 전체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생애 전체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가, 말하게 될까?
위로가 필요해서 간절히 붙잡기도, 시험공부하듯 탐독하기도 하다가 끝이 없을 것 같은 드디어, 이제야 이 책을 다 읽어서 마음이 홀가분하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은데, 그동안 밑줄 친 문장들을 찬찬히 읽어보자니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진다. 그럴 수밖에. 다음같은 구절을 품은 책을 어떻게 가볍게 떨쳐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괜찮은 것은, 내게는 언제든 쉽게 시작하고 멈출 수 있는 가벼운 전자책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한 번도 실패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 실패는 위대함을 판가름하는 진정한 시금석이다.
― 마리아 미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