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쓰는 법>, 문보영 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은 그걸 없애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어떻게 안고 살아갈 수 있을가를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저 생각하지 않으려고 회피한다고 해서 상처를 소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상처는 어느 날 더 크고 더 아프게 우리를 공격해 마음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습니다. 입마개를 하고 장화를 신겨 상처가 더 이상 우리를 물지도 할퀴지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글쓰기는 여러분의 마음이 상처에 전부 잡아먹히지 않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 <짧은 소설 쓰는 법>, 문보영 저
늘 소설이 쓰고 싶었다. 실은 소설만은 아니고, 시나리오든 시든 가리지 않고. 그러나 지금 내 역량으로서는 아주 짧은 나뭇잎 소설부터 시작할 수밖에는 없고, 내 출발점으로 삼기에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같은 고전을 읽으려고 늘 시동을 거는데, 두께도 그렇지만 원체 본격적이라 엄두가 잘 나질 않았다.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물에 막 뛰어드려니 겁이 나는 마음과 같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문보영 작가가 집필한 얇고 가벼운 책, <짧은 소설 쓰는 법>이다. 부제는 무려, 상처와 슬픔을 다독이는 소설 창작 안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만큼 쉽게, 가장 기초적인 부분까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당장 아무것도 모르지만 뭔가 쓰고 싶다는 충동으로 모니터 앞에 앉은 초보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 예컨대 인물의 성격은 설명하기보다 행동을 묘사하는 것이 좋다는 것, 설명과 묘사를 적절히 섞어야만 균형감 있는 전개가 된다는 것, 그리고 물리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그려보면서 빠뜨리지 않고 기술할 것 등의 내용도 친절히 기술되어 있다.
1. '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모든 것에 '왜?'라는 돋보기를 들이댈 수 있다. 이 '왜?'는 끝이 없다. 바다는 왜 짠지에서부터 시작해서 내 생활, 지금 내 머릿속을 움켜잡고 있는 그 사건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는 왜 그렇게 심한 말을 했는지, 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지 등등.
그리고 그 '왜'에 대하여 상상의 눈덩이를 굴려나가면, 이것이 바로 소설의 발상이 될 수도 있다.
2.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발상부터 퇴고의 단계까지, 혼자 고민하는 것은 의미 없다. 남에게 꺼내어서 피드백받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전문적인 작가들은 편집자로부터 주로 도움 받듯이, 친구나 부모님 혹은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모든 의견을 수렴할 필요는 없고, 적절하게 취사선택하면 된다. 나를 굳게 믿되, 받아들일 만한 조언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3. 소설쓰기가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소설을 씀으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톡톡히 알고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저자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기도 하고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마음의 상처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도 명상도 좋지만, 내 마음에 상처로 자리잡은 사건을 글로 쓸 때 얻을 수 있는 해방감이 있다. 쓰는 행위 자체로도 물론 위로가 되지만, 꼭 사실 그대로를 쓸 필요는 없으며, 시간과 공간, 인물에 대하여 어떤 상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고 싶은 초보 작가에게 입문서로 좋은 책이었고, 덕분에 이 책을 발판삼아 다른 더 두껍고 본격적인 책들도 비로소 읽을 용기가 생겼다.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무엇을 쓸까, 어떻게 쓸까 끙끙 앓고만 있었던 내게 이미 쓸 때부터 네게 힘이 되는 게 바로 글쓰기라고 팔꿈치로 툭툭 찔러주는 역할을 해주었다.